그리스 총선이라는 ‘빅 이벤트’를 남겨두고 있지만 유럽 재정위기는 더 이상 확산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G2(미국 중국)도 유동성을 보강하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계속 보내고 있다. 증권가에도 유럽 재정위기가 실물경제로 전이되거나 확산될 것이란 비관론보다는 글로벌 정책 공조에 의미를 둬야 한다는 낙관론자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앞으로 반등장을 이끌 주도주를 찾는 작업도 시작됐다. 13일 코스피지수는 유럽과 미국의 추가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0.25%(4.58포인트) 오른 1859.32에 마감했다.

◆신(新) 주도주 “저요 저요”

올해 시장을 이끈 주도주는 누가 뭐래도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정보기술(IT)과 자동차주였다. 이들은 글로벌 시장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실적 모멘텀을 갖고 있는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주도주에서 이탈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하지만 금융위기 여진이 여전한 반등장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다른 업종 대표주에 비해 주가가 높아 보이는 데다 기관과 외국인이 포트폴리오 비중을 잔뜩 높여놔 추가 매수 여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상당수 증시 전문가들은 유럽 재정위기와 중국 경기 둔화 등으로 주가가 급락했던 화학 조선 금융 건설 등 4개 업종을 안도랠리 속 신주도주 후보군으로 꼽았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오는 19, 20일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경기 부양 의지만 확인된다면 연말까지 안도랠리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럴 경우 가격 메리트와 수급 여건이 좋은 금융 조선 화학 건설업종 중에서 주도주가 출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증권은 금융 조선 건설을 반등장 주도주 후보군으로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승훈 투자전략팀장은 “유럽 재정위기가 완화되고 유로존의 금리가 떨어지면 은행 증권 조선 건설 등이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며 “여기에 업황 모멘텀까지 더해지는 조선업종을 주도주 1순위로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매수 타이밍은 언제?

최근 반등장에서 화학 건설 등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지만 월간 기준으로 이들은 여전히 유럽 재정위기의 영향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는 모습이다. LG화학은 이달 들어 3.1% 떨어졌고 호남석유금호석유도 각각 9.2%와 2.6% 하락했다.

건설주 중에서도 현대건설이 6.3% 내린 것을 비롯해 GS건설과 삼성물산이 각각 3.9%와 3.4% 하락했다. 유럽계 자금을 조달해 추진하는 중동 건설 프로젝트들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유가 하락에 따른 오일머니 감소 전망도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반면 우리금융(8.6%) KB금융(4.3%) 신한지주(3.6%) 등 금융주는 상승했고 삼성중공업(3.1%) 현대중공업(0.7%) 대우조선해양(-0.4%) 등 조선주는 강보합세였다.

◆“턴어라운드 기업으로 타깃 좁혀야”

화학 금융 조선 건설업종 대표 기업들은 유럽 위기의 실물경제 전이 우려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LG화학과 호남석유는 2분기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22%와 7.6% 늘어날 것이란 게 증권사들의 전망이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도 늘어난 해외 수주 덕분에 2분기를 기점으로 영업이익이 늘고 있다. 2분기에 저조한 실적이 예상되는 신한지주 우리금융 KB금융 등 금융주도 3분기부터는 턴어라운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최근 외국인과 기관도 이들 업종에 주목하고 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삼성중공업을 594억원어치 순매수한 데 이어 우리금융 대림산업 GS건설 기업은행 등의 포트폴리오 비중을 높이고 있다. 국내 기관도 KB금융 신한지주 외환은행 금호석유 등을 순매수 상위 리스트에 올려놓았다.

손성태/임근호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