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공사 '반토막'ㆍ하청업체 '줄도산'ㆍPF부실 '눈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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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하는 건설산업…이대론 안된다 - (上) 얼마나 어렵길래
중소 건설사 80% "올들어 수주 한 건도 못해"…현장인력도 20%나 감소
건설업의 GDP 비중 2007년 17% → 2011년 13%
중소 건설사 80% "올들어 수주 한 건도 못해"…현장인력도 20%나 감소
건설업의 GDP 비중 2007년 17% → 2011년 13%
“미분양 아파트 4가구(현재 대출금 4억원)를 강제로 떠안았는데, 요즘은 팔리지도 않고 이자 부담에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한때는 자부심이 넘치는 건설인이었는데, 이젠 신용불량자 신세입니다.”(법정관리 건설사 직원)
“회사가 어렵다보니 출근하는 것도 눈치가 보여요. 자영업을 하기 위해 프랜차이즈 업체를 검색하고 있어요.”(워크아웃 건설사 직원)
한국건설산업이 65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대부분 건설사들이 공공·민간공사 감소, 주택시장 장기침체, 유동성 부족, 수익성 악화라는 ‘4중고’에 시달리면서 건설사업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불황이 깊어지면서 건설업 종사자와 연계산업도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 국민 경제를 떠받쳐온 한축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침몰하는 건설산업
건설업계가 수행하는 공사 물량 규모를 나타내는 ‘수주총액’ 통계의 경우 2009년 118조7000억원에서 올해 103조원으로 감소세가 완연하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발주하는 공공공사는 2009년 58조4000억원에서 올해 28조6000억원으로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이러다보니 국내총생산(GDP)에서 건설투자(공공·민간 포함)가 차지하는 비중도 2007년 17.2%에서 지난해 13.5%로 감소했다.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은 “건설 연관산업 종사자 수가 236만명(4인 가족 기준 944만명)으로 국민 5명 가운데 1명은 직계가족이 건설산업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돼있다”며 “따라서 건설산업 위축은 국민 경제 성장에도 치명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부 요인들로 인해 건설불황의 심각성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해외건설 수주 증가에 따른 대형 건설사의 성장, 작년 한 해 주택 인·허가 물량(55만가구) 증가 등이 대표적이다. 김동수 한국주택협회 실장은 “전용면적 100㎡ 이상을 짓다가 전용 20㎡ 안팎의 원룸을 대거 공급하다보니 물량이 증가한 것처럼 보인다”며 “하지만 연면적이나 외형 측면에서는 매년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늬’만 건설사 수두룩
시공능력평가 상위 100개사 중 35개사가 법정관리(9개), 워크아웃(13개), 대주단협약 가입(13개) 등 이른바 ‘경영부실’ 상태에 빠져있다. 게다가 중소 건설사 중에 올 상반기에 공사 한 건을 따내지 못한 곳이 태반이다. 전체 건설사 수는 5만7000여개로 건설면허만 간신히 갖고 있는 ‘무늬만 건설사’가 80%를 웃돈다.
박흥순 대한건설협회 SOC주택 실장은 “전체 건설사의 95%를 차지하는 시공능력평가 100위권 밖의 업체들은 대부분 일감이 없어 직원을 놀리고 있다”며 “더욱 심각한 문제는 회복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데 있다”고 지적했다.
주택비중이 큰 대형 건설사들도 금융비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난해 금융권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잔액은 58조원에 이르지만, 이 중에 자산관리공사(캠코) 등이 매입한 부동산 PF채권은 9조원에 그치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로부터 공정별로 공사를 하청받아 시행하는 전문건설업체들은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대한전문건설협회에 등록된 전문건설업체 3만8000여개사 가운데 3637개사가 부도나 실적 부진에 따른 면허 반납으로 문을 닫았다.
○건설 실업자도 급증
회사 경영난으로 직장을 그만둔 건설 근로자들이 다른 건설사로 취직하기는 쉽지 않다. 직원을 뽑는 건설사가 없어서다. 대부분 퇴직 근로자들은 자영업 대열에 합류하는 추세다. 특히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건설사 직원들은 구조조정 여파로 본의 아니게 개인사업자로 등록하고 있다.
건설현장 근로자의 상황은 훨씬 심각하다. 건설사들이 임금이 적은 조선족 필리핀 등 외국 인력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토목건설 현장의 한 관리자는 “올해 한국 근로자 수가 작년보다 20% 정도 줄었다”며 “원가 절감에 매달리다보니 국내 근로자들이 선의의 피해를 보고 있다”고 털어놨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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