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 백화점 공사 또 중단…점포 투자자 '발동동'
서울 신림동 신림사거리 대로변에 착공한 지 5년 지난 대형 건물이 공사가 중단된 채 방치돼 있다. 12일 찾은 공사 현장은 문이 굳게 닫힌 가운데 보안요원 두 명만 문을 지키고 있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근처 땅값이 3.3㎡당 1억원을 호가하는데 저렇게 방치돼 있으니 얼마나 낭비냐”며 혀를 찼다. 유동인구가 하루 10만명이 넘는 금싸라기 땅이 왜 방치돼 있을까.

C&그룹은 2007년 이곳에서 12층짜리(연면적 4만㎡) ‘영패션 전문 백화점’을 짓는 사업을 시작했다. C&그룹 계열 시행사 플레이쉘은 투자자들에게 건물을 선분양했다. 면적에 따라 5000만~5억원에 분양해 750여명으로부터 1200억원을 끌어들였다. 농협 등 금융권으로부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로 800억원을 빌려 공사에 나섰다.

2008년 11월 시공사 C&우방이 워크아웃(재무구조 개선작업)에 들어가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공사가 중단되자 투자자들은 분양자 대표위원회 등을 꾸렸지만 의견이 통일되지 않았다.

보다 못한 농협 등은 분양받은 이들에게 “의견을 통일하지 않으면 토지를 공매해 버리겠다”며 벼랑끝 전술을 펼쳤다. 결국 분양자 간 합의가 이뤄지면서 금호산업을 새 시공사로 선정하고 지난해 초 공사를 재개했다. 또 글로벌 부동산서비스업체 CBRE는 건물에 입점시킬 유통업체를 유치하기로 했다.

시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C&우방에 공사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하청업체들이 공사 현장으로 몰려왔다. 일부 분양자들은 분양가 인하 등을 요구하며 중도금 납부를 거부했고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금호산업은 지난 3월 공사를 중단했다. 농협 관계자는 “시행사가 자금 마련에 나섰지만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사업 재개가 늦어지면서 이자만 불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