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영업규제가 시행된 이후 일자리가 무려 3000개 넘게 줄었다고 한다. 규제가 시작된 지난 4월 이후 홈플러스 1607명을 비롯 이마트 839명, 롯데마트 610명 등 3사에서만 3056명이 점포를 떠났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영업시간 축소로 매출도 감소해 불가피하게 그만큼 일자리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동반성장과 상생을 모토로 시작된 대형마트 규제가 되레 서민들의 생계와 그나마의 일자리까지 위협하는 결과를 낳고 있는 셈이다.

특히 심각한 것은 일자리를 잃은 사람 대부분이 파견직으로 생계형 근로자라는 점이다. 주말 파트타이머와 협력업체 판촉사원, 진열과 보안 및 주차요원 등이다. 이들은 통상 대형마트 점포인력의 60~80%를 차지하는 만큼 영업시간이 줄게 되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마트에서 일하다 그만둔 대학생 김모씨는 “대형마트 문을 닫게 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재래시장을 가는 것도 아닌데 공연한 규제로 아르바이트생만 피해본다”고 하소연했다.

예견돼왔던 부작용이다. 영업시간 규제는 대형마트 직원들은 물론 입주업체와 납품업체, 농민 모두에게 피해를 준다. 주말과 심야시간에 짬을 내 장을 봐야 하는 소비자는 두말할 나위도 없다. 본란에서 악성 규제에 지속적으로 반대해왔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정치권은 유통 규제가 가져올 실체적 결과에 눈을 감고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는 명분만 외치다가 일자리만 무더기로 없애버리는 형국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치권은 오히려 한 발 더 나가려고 든다. 민주통합당은 대형마트와 SSM의 영업시간 규제 확대를 추진 중이고 새누리당은 중소도시엔 이들의 출점 자체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추가 규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대하고 있지만 개의치 않는다. 정치권은 대형마트와 SSM을 못 살게 굴수록 인기가 높아진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오도된 이념의 무참한 횡포다. 골목상권과 재래시장의 문제를 알고나 그러는 것인지. 신산업의 출현을 막는 이 규제법의 이름은 유통산업발전법이다. 소가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