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박물관으로 꼽히는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의 걸작들이 한국을 찾았다.

5일부터 9월30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층에서 펼쳐지는 ‘루브르박물관전’에는 19세기 프랑스의 고전주의 화가 앵그르 등 서양 미술사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과 조각, 고대 유물 110여점이 전시된다.

‘신화와 전설’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서는 루브르박물관이 소장한 프랑수아 제라르의 ‘다프니스와 클로에’ 등 인기작은 물론 프랑스 국외에서는 거의 전시된 적이 없는 걸작들도 감상할 수 있다.

전시 주제에 맞게 신화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많다. 전시장은 ‘혼돈의 시대와 올림포스의 탄생’ ‘올림포스의 신들’ ‘신들의 사랑’ ‘고대신화 속의 영웅들’ 등 5개 소주제로 꾸몄다. 교과서를 통해 낯익은 걸작들과 프랑스 왕들이 애장했던 그림, 조각 위주로 구성됐다.

앙리 루와레트 루브르박물관장은 “대부분의 루브르박물관 해외 전시가 순회전 성격을 갖고 있는데 비해 이번 전시는 오직 한국을 위해 특별히 기획한 전시”라며 “신화와 전설이라는 주제가 동·서양인의 정서에 부합한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2006년 관람객 60만명이 찾은 국립중앙박물관 전시회보다 훨씬 크다. 고대부터 19세기 회화의 흐름까지 아우르는 최고 작품들을 선보인다. 제우스와 부인 헤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 전쟁의 여신 아테나,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 바다의 신 포세이돈, 태양의 신 아폴론 등을 그린 회화와 조각들이 전시장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앵그르의 ‘안젤리카를 구하는 로제’는 날개 달린 말을 탄 기사 로제가 메두사를 퇴치하고 안젤리카 공주를 구출하는 모습을 드라마틱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안젤리카 공주 나신의 비례와 곡선에서 나오는 관능미가 관람객을 사로잡는다.

로코코 미술의 대가 부셰의 ‘예술의 신들에게 관을 수여하는 아폴로’도 눈길을 끈다. ‘미톨로지 갈랑트(사랑의 신화)의 화가’라고 불리는 부셰는 에로틱하고 감상적인 여인이나 연인을 다뤘다. 이 그림은 아폴로가 아름다운 예술의 신들에게 월계관을 수여하는 장면을 묘사했다.

나폴레옹 초상화가 프랑수아 제라르의 1798년작 ‘프시케와 에로스’도 흥미롭다. 그가 28세 때 그린 이 작품은 사랑을 장난으로만 여기던 에로스와 프시케가 입을 맞추는 장면을 극사실적으로 묘사했다. 프시케의 머리 위에 나비 한 마리를 그리고, 에로스의 등에 독수리 날개를 그려 강인한 사랑의 마력을 녹여냈다.

18세기 프랑스 낭만주의 회화의 선구자 안 루이 지로데의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는 자신이 만든 조각상과 사랑에 빠진 피그말리온의 일화를 화면에 풀어낸 작품이다.

카를 반 루의 ‘용을 물리치는 성자 게오루기우스’, 작가 미상의 ‘아르테미스와 사슴’, 로랑 드 라 이르의 ‘죽은 아도니스와 그의 개’, 장 발랭탱 모렐의 ‘은조각 물병’ 등도 눈길을 끈다. 도슨트(해설자)가 하루 5차례 작품을 설명해준다. 관람료는 어른 1만2000원, 학생 1만원. (02)325-1085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