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산업현장의 노사현안에 근로자 고령화 대책이 새로운 협의 안건으로 등장하고 있다.

4일 노동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가장 젊은 도시 축에 들었던 울산도 ‘공업화 1세대’인 베이비부머(1955~1963년 출생)들이 본격적인 정년퇴직 시기를 맞으면서 이르면 5년 안에 연간 1만명 이상씩의 대규모 퇴직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됐다.

전체 직원 2만5000여명(조합원 1만6000여명)의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788명이 정년퇴직했다. 앞서 2010년에는 역대 최다인 950명이 회사를 떠났다. 올해도 900여명의 직원이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다. 내년 이후에는 연간 1000여명을 웃돌 전망이다.

전체 직원 2만6000여명(조합원 2만5000여명)의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정년퇴직자도 2010년 229명으로 처음 200명 선을 넘어섰다. 회사 관계자는 “2003년 38세였던 근로자 평균 연령이 작년 말 46세로 9년 새 8살이나 많아졌다”고 말했다. 정년퇴직자는 매년 늘어 2016년에는 처음 1000여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현대중공업의 정년은 ‘만58세+1년 연장’이고 현대차는 ‘만59세+조건부 1년 연장’이다.

상황이 이렇게 급변하자 울산 노동현장도 정년 연장과 재취업, 은퇴 후 삶의 질 개선, 재직 중 건강권 확보 등 고령화 대책이 주요 관심사로 부각하면서 노동계의 무게중심이 급속히 이동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단체협약 개정 요구안에 장기근속자를 위한 요구안을 포함시켰다. 정년을 만 60세로 늘리고 장기근속자 특별포상(350만원, 휴가 12일)제도를 새로 만들자고 요구했다. 승진, 승급 등 인사 결정과 복지혜택의 우선권을 근속연수가 많은 조합원에게 주자는 내용도 들어있다. 노조는 회사 측과 고용노동부 산하 노사발전 재단의 지원을 받아 퇴직지원제도 프로그램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노조는 이에 앞서 작년엔 조합원 가족을 위해 추진 중인 경주 자연휴양림에 수목장(樹木葬)도 만들기로 했다.

현대차 노조도 올해 노사협상안에 정년을 조건부 없이 60세로 연장하는 요구안을 포함시켰다. 회사와 함께 퇴직지원제도 마련을 위한 퇴직예정자들의 요구 조사도 실시하고 있다. 노조는 이에 앞서 지난해 조합원당 월 1000원씩의 기금을 조성해 조합원 사망시 1억원의 보상급을 지급하고 있다.

현대미포조선도 정년 연장(만 58세→60세)을 회사 측에 요구하고 있다. 울산석유화학 사업장 노조가 주축인 한국노총 울산본부도 사업장마다 노사공동 전직지원센터를 설치, 퇴직 지원에 본격 나선다는 계획이다.

노동 전문가들은 “국내 노동운동을 주도해온 울산의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대기업 노조가 고령화 대책 마련에 본격 나서면서 한국 노동운동의 큰 틀도 적지않은 변화를 맞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