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설로드 선임고문, 홀더 법무장관에 "난 칼 로브 아니야" 고함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에릭 홀더 법무장관과 데이비드 액설로드 대통령 선임고문이 공개적인 설전을 벌이는 등 측근들 간에 한때 심한 마찰을 빚었다고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두 측근간 갈등은 홀더 장관이 지난 2009년 부임한 이래 정치 및 홍보상의 큰 실책을 범했던 점을 감안, 액설로드 고문이 법무장관실에 백악관 지시를 받는 정치담당 비서를 새로 두려 한 것을 놓고 시작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특히 홀더 장관은 액설로드 고문이 법무장관실에 개입하려 했고 자신에게 공개적인 비판을 가한 데 대해 각료회의 직후 입씨름을 벌이며 "X같은 자식"이라며 격분했었다고 작가인 대니얼 클래드먼이 전했다.

비교적 행동이 유순한 것으로 알려진 시카고 출신 정치전문가 액설로드(57) 고문도 분을 참지 못하고 홀더 장관을 향해 "나보고 법무부장관실 운영에 개입하려 한다는 식의 비난은 앞으로 다시는, 절대 하지 말라"고 언성을 높였다고 한다.

그러면서 "난 칼 로브가 아니란 말이야"라고 고함을 쳤다고 한다.

조지 부시 전 행정부 시절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했던 칼 로브는 지난 2006년 당시 정치적으로 잘 협조하지 않는 연방검사 7명을 해고토록 법무부에 압력을 가했다며 강한 비난을 받았었다.

클래드먼은 최근 공개한 자신의 저서 '사살하느냐 생포하느냐: 테러와의 전쟁과 오바마 대통령직의 정신'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알 카에다 소탕작전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촉발된 백악관의 측근들 간 갈등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그는 특히 "두 사람이 서로 가슴을 내밀고 맞부닥치는 등 격한 감정을 표출했다"면서 "마치 학교 운동장에서 자기 생각이 옳다며 격한 몸싸움을 하는 것 같았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두 사람이 이처럼 격한 대립을 보이자 오바마 대통령의 여성 측근인 발레리 재럿이 두 사람 사이를 밀고 들어가 강제로 떼어놓으며 더는 옥신각신하지 말고 밖으로 나갈 것을 주문했다고 클래드먼은 소개했다.

한편, 클래드먼은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2009년 취임한 직후 자신이 차기 대선에서 공화당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에게 패배, 연임에 실패한 뒤 밀려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이미 인식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직후 테러 용의자들을 무한정 구금할 수 있을지에 대한 토론을 벌이던 중 측근들에게 "앞으로 4년 뒤 차기 대통령의 향배는 누구도 모른다"면서 "롬니가 앞으로 파워를 어떻게 행사할지 생각을 좀 해봐야겠다"고 언급했었다고 클래드먼은 소개했다.

클래드먼의 주장이 맞다면 오바마는 자신과 4년 뒤 맞붙을 공화당의 차기 대선주자로 롬니를 일찌감치 찍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실 여부가 흥미를 끈다.

(서울=연합뉴스) cb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