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CEO 팀 쿡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월트 모스버그 등 두명의 기자와 두시간 가까운 대담을 했다. 이 자리에서 기자들은 다양한 질문을 팀 쿡에게 던졌다. 팀 쿡은 현안에 대해 자세히 대답했다. 하지만 한 가지 질문에는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4일 미국 경제전문인터넷 매체인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팀 쿡을 당혹스럽게 만든 것은 “누가 실제로 애플을 움직이느냐”는 질문이었다. 모스버그는 팀 쿡에게 “스티브 잡스 사후 애플의 큐레이터는 누구냐"는 질문을 던졌다. 다른 말로 하면 제품이나 디자인에 대해 최종적으로 ‘yes’냐 ‘no’냐를 결정하는 사람이 누구냐는 것이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팀 쿡의 대답이 모호(vague)했다고 전했다. 팀 쿡은 “그 역할은 움직이는 것"이라고 답했다. 즉 경우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이 답을 들은 모스버그는 ”과거에는 스티브 잡스가 최종 결정자로 모든 것을 해왔지 않느냐"며 팀 쿡을 다시 압박했다. 팀 쿡은 이에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면 대답은 명백하다. 그 역할은 항상 움직인다"고 답했다. 이어 “회사에는 많은 중요한 사람들(key people)이 있다"고도 했다. 역시 대답을 회피한 셈이다.

기자들은 또 ”잡스가 생전 가장 중시했으며 애플을 차별화된 업체로 만든 디자인과 마케팅에 당신이 관여하고 있느냐"고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팀 쿡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이 답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한 듯 “나는 여러 분야에 관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고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전했다.

이 매체는 “애플도 좋은 제품에는 yes라고 말하고, 좋지 않은 제품에는 no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할 것" 이라며 “그 사람이 팀 쿡은 아닌 것 같다"고 비꼬았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