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탈퇴 위기감이 채 가시지 않은 국내 증시에 G2(미국 중국)의 실물경제 위축 우려가 엄습하고 있다. 지난 주말 G2의 실물경기 둔화 우려를 키우는 각종 지표가 발표됨에 따라 글로벌 증시가 동반 급락하는 악재가 발생해서다. 전문가들은 미국 중국의 경기 하강 시그널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에 버금가는 장기 악재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두 국가 중앙은행이 양적완화와 금리 인하 등 즉각적인 행동에 나선다면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격랑에 빠진 글로벌 증시

지난 1일 뉴욕증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274.88포인트(2.22%) 떨어진 12,118.57로 마감했다. 다우지수가 하루 사이 250포인트 이상 떨어진 것은 2010년 5월 이후 처음이다. 다우지수는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미국의 고용 상황이 크게 악화된 게 ‘직격탄’을 날렸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달 취업자(비농업 부문) 수가 전달보다 6만9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발표했다.

유럽 증시도 유로존 실업률이 11%로 증가해 일제히 조정을 받았다. 같은날 영국 증시는 1.14%, 프랑스 2.21%, 독일은 3.42% 내렸다.

중국 국가통계국과 중국 물류구매협회(CFLP)가 발표한 중국의 5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4로 전달(53.3)보다 하락했다. 이는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52.0)에도 못 미친 것이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유럽 재정위기가 지난 수년간 상수로 존재하는 가운데 중국과 미국이 돌아가면서 세계 경제의 ‘엔진’역할을 해 왔는데, G2의 실물경기 둔화로 비빌 언덕이 없어진 셈”이라며 “글로벌 증시 조정이 길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1780이 1차 지지선 될 듯

관심의 초점은 ‘국내 증시가 어느 정도까지 조정받을 것인가’에 모아진다.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수준인 코스피지수 1780이 1차 지지선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상당수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지수 12개월 예상 PBR이 1배 이하로 떨어졌던 지난해 9월의 경우 기간이 8거래일로 길지 않았을 뿐 아니라 1배 이상으로 회복된 뒤 6개월간 코스피지수 수익률이 19.4%로 높았다”며 “2008년과 같은 위기가 오지 않는 한 PBR 1배는 확실한 지지선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주중 코스피지수가 1780 밑으로 내려가면 서서히 매수 비중을 늘리는 것을 고려해볼 만하다는 주문이다.

미국의 더딘 고용 회복과 중국의 소비 둔화 등 부정적 경제지표는 역설적으로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승훈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부정적 지표가 나온 만큼 미국의 3차 양적완화, 중국의 금리 인하 등 정책 시행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수급 측면에서는 기관의 움직임이 관심사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코스피지수가 1800 밑으로 내려갈 때도 연기금 등 기관자금이 유입되면서 낙폭을 줄이는 ‘버팀목’ 역할을 했다”며 “기관은 이번에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만약 외국인과 함께 ‘팔자’에 동참할 경우 조정폭은 더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가 하락 수혜주, 내수주로 대응”

글로벌 경제가 어려움에 빠진 가운데 최근의 국제 유가 하락은 그나마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주요 증권사들은 증시 조정 시 유가 하락에 따른 원가 절감 수혜를 볼 수 있는 종목과 글로벌 경기 둔화 타격을 덜 받는 내수주 비중을 높여 대응할 것을 권했다.

유가증권시장 유망 종목으로 꼽힌 한국타이어 강원랜드(신한금융투자) 동아제약 아시아나항공(대신증권) 등이 대표적이다. 코스닥시장에서는 테라세미콘(신한금융투자) 게임빌(KDB대우증권)이 추천 종목으로 꼽혔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