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한계..생존위해 해외투자 확대

일본 기업들이 막대한 현금과 엔고를 앞세워 해외에서 공격적인 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다.

일본의 종합상사인 마루베니는 지난 29일(현지시간) 미국의 3대 곡물 유통 업체인 가빌론을 56억 달러에 사들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올해 일본 기업의 해외 M&A 중 가장 큰 규모이고 세계 M&A 시장에서는 7번째다.

지난주에는 재팬타바코가 벨기에의 담배회사인 그리슨 NV를 6억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제의했으며 다케다제약은 브라질의 제약업체를 2억4천600만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이외에 미쓰비시상사가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해외 자원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맥주업체인 아사히와 장난감 제조업체인 토미 등 내수 업체들도 해외 M&A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활발한 해외 M&A로 일본 기업의 해외 투자액은 올해 들어 현재까지 340억 달러에 달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전체 해외 투자액은 연간 기준으로 최대를 기록했던 지난해의 840억 달러와 비슷할 것으로 추산된다.

일본의 지난해 해외 투자 규모는 록펠러 센터, 유니버설 스튜디오 등을 사들였던 1980년대와 1990년대 수준의 3배에 근접하는 것이다.

일본의 지난해 해외 투자 순위는 전년의 세계 9위에서 3위로 뛰어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과거 일본 기업의 해외 M&A가 과시적 차원이었다면 최근의 M&A는 생존 차원이라고 30일 분석했다.

인구 증가 둔화와 고령화 등으로 내수 시장이 위축되고 경기 침체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이다.

또 높은 임금 수준과 지난해 원자력 발전소 사고 등으로 전기 요금이 올라가 일본 국내에서 생산하면 경쟁력이 떨어져 해외 진출을 모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즈호파이낸셜그룹의 사토 야스히로 최고경영자(CEO)는 "일본 기업들이 해외 진출 이외에 다른 선택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일본의 기업의 해외 M&A는 생존의 문제"라고 말했다.

일본 기업의 막대한 현금 보유액도 해외 M&A의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일본 기업은 1980년대 자산 거품이 붕괴한 이후 경비 절감과 부채 감축 등을 통해 2조6천억 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미국 기업의 현금 보유액 2조2천억 달러보다 많은 규모다.

(뉴욕연합뉴스) 이상원 특파원 lee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