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운 씨(25)는 2009년 진주 경상대 철학과를 졸업한 후 아르바이트로 2년 정도 보냈다. 그는 일자리를 찾던 중 지난해 4월 부산 연산로터리를 걸어가다가 ‘법률서비스 전문인력 훈련생’을 모집한다는 현수막을 봤다. 교육비 무료에다 취업까지 가능하다는 조건이었다. 바로 교육을 신청한 그는 법률 관련 실무교육을 12주 동안 받았다. 교육 후 지난해 7월부터 부산경상대의 소개로 ‘박지형 변호사 사무실’에 입사했다. 유씨는 “교육 강사들이 실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배운 뒤 바로 현장에서 쓸 수 있었다”며 “정규직이고 4대 보험도 보장해줘 든든한 일자리를 찾아 기쁘다”고 말했다.

신라대 법학과를 졸업한 이유정 씨(28)는 일반회사에 다니다 지난 2월 신문에서 연수생 모집광고를 보고 연수신청을 해 합격했다. 이달 초 이수과정을 모두 마친 뒤 바로 ‘법무사 김봉만 사무소’에 들어가 현재 소송과 등기실무 등을 익히고 있다. 이씨는 “대학에서 법학이론을 배운 바탕 위에 법률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실무를 배워 일하는데 재밌고,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해 부산경상대와 부산 연제구가 실시한 지역맞춤형 일자리 창출을 위한 ‘법률서비스 전문인력 양성교육’의 수혜자다. 부산경상대는 연제구와 함께 지난해부터 연간 두 차례 변호사와 법무사 사무실 등에 법률사무 전문인력을 공급하고 있다. 연제구에는 법률 관련기관과 업체들이 부산지역의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몰려 있다. 법원과 검찰청, 변호사와 법무사 사무실, 채권추심회사, 부산시청과 경찰청 등 법조 및 행정타운이 집중돼 있는 점을 활용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 교육과정은 이달덕 부산경상대 총장과 배종국 부산지방법무사회장이 법률사무 인력이 절실하다는데 뜻을 같이하면서 만들어졌다. 교육과정은 대학과 변호사협회, 법무사협회가 협의해 만들어 배운 것을 바로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다. 부산경상대 교수진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일자리를 구한 취업자를 찾아가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격려하기도 한다. 지난해 수료생 91명 중 66명이 취업했다. 5월에 끝난 올해 교육에는 29명이 수료했고 이 중 20명이 직장을 잡았다. 오는 6월8일까지 모집하는 2차 교육생은 6월18일부터 수업을 시작한다.

교육 이수생을 뽑은 김봉만 법무사는 “법무 일을 모르면 채용 후 배우는 데만 6개월 정도 걸리는데 이번 교육이수생은 법무 실무를 제대로 익혀 호흡이 맞으면서 일하는 데도 어려움이 없어 좋다”고 만족해 했다. 박지형 변호사도 “교육프로그램이 기초법률, 인터넷 활용 소송, 등기실무, 계약이해, 경매, 소득세법 위주로 구성돼 직원의 이해도가 높은 편”이라며 “제대로 된 법률사무 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는데 실무를 익힌 교육이수생을 배출하는 교육과정을 잘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법률사무 전문인력 양성사업을 이끌고 있는 김정태 부산경상대 부동산경영과 교수는 “부산법무사협회 게시판에는 늘 5명 이상 구인광고가 붙을 정도로 법률사무 전문인력이 부족해 교육을 이수하면 일자리를 확보하기는 어렵지 않다”며 “앞으로 법무 관련 분야에서 일반사무직과 노동기관, 대학 등으로 일자리 범위를 넓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