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하는데 왜 이렇게 돈을 많이 내야 합니까? 새 아파트 들어가려다 빚만 잔뜩 지는 것 아닌지 불안합니다.”

지난 27일 서울 개포동 개포주공2단지 재건축 추진위원회 사무실에는 주민들의 전화가 쉴 새 없이 걸려왔다. 추진위가 공개한 분담금 추정치를 두고 분통을 터뜨리는 주민들이 많았던 탓이다. 직접 사무실로 찾아와 항의하는 조합원들도 적지 않았다.

소형아파트(전용 60㎡이하) 건립 비율을 놓고 우여곡절 끝에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한 개포주공2단지가 이번에는 추가분담금 논란에 휩싸였다. 분담금 액수가 예상보다 수천만원 높게 나오자 주민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예상보다 분담금 높아”

개포주공2단지 재건축 추진위가 최근 주민들에게 공개한 ‘예상 추가 분담금’에 따르면 전용면적 25㎡ 소유자들은 현재 시세 수준인 4억7000만원을 더 내야 84㎡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다. 전용 84㎡에 입주하기 위해선 취득세 중개수수료 등 부대비용을 제외하고도 9억4000만원이 필요한 셈이다.

전용 59㎡ 아파트를 선택해도 1억8600만원을 더 내야 한다. 나머지 평형 소유자들도 대부분 적게는 1억원 안팎에서, 많게는 5억4000여만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25㎡를 가진 조합원의 경우 전용 59㎡ 아파트에 들어갈 때 1억5000만원 정도 추가분담금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며 “예상보다 3600만원 높게 추가분담금이 나오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현지에서 만난 한 주민은 “주변 집값이 계속 떨어지는 데다 앞으로 경기가 나아지리라는 보장도 없다”며 “주변에 새 아파트들이 많이 지어지면 시세가 더 떨어질지도 모르는데 재건축을 해서 과연 남는 것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개포주공2단지 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는 “2단지에서 처음으로 분담금이 공개됐기 때문에 주민들이 다소 동요하는 것”이라며 “인근 도곡 렉슬 아파트의 전용 84㎡ 시세가 11억원에 육박하고 있어 1억원 전후의 차익을 남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기회비용과 주변 시세 하락 가능성, 재건축 불확실성 등을 고려하면 수익성이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주변 단지로 불안심리 확산

개포주공2단지와 함께 서울시 심의를 통과한 개포주공3단지를 비롯한 인근 단지 주민들도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2단지보다 분담금이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용면적 60~70㎡의 아파트가 많은 2단지에 비해 전용면적 30~40㎡대 아파트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다른 단지들은 깔고 있는 땅 면적(대지지분)이 상대적으로 작아 분담금 액수가 더 많을 수밖에 없다.

개포주공3단지 재건축 추진위가 과거 산출했던 분담금 추정액에 의하면 현재 시세가 7억원 안팎인 전용면적 42㎡ 소유자가 전용 78㎡를 받으려면 2억4000만원 이상을 부담해야 한다.

분담금 규모가 가시화되면서 상당수 주민들이 전용 60㎡ 이하 소형으로 선회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추진위 관계자는 “지금까지 설문조사에서 별 생각 없이 30평대를 받겠다고 했던 사람들도 분담금 때문에 대거 소형아파트 입주로 돌아설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 영향으로 아파트 값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작년 12월까지 6억원에 거래되던 개포주공3단지 36㎡는 최근 5억4000만원대까지 떨어졌다. 김정숙 한성공인 대표는 “작은 평수 주민들 가운데 일부는 울며 겨자 먹기로 큰 평수를 받아 4억~5억원 이상을 더 내야 할까봐 집을 팔려고 하고 있다”며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보니 가격이 금융위기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