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3월 대구 성서초등학생 5명이 개구리를 잡는다며 집을 나섰다가 실종됐다. 부모들은 생업도 포기한 채 아이들을 찾아 전국을 헤맸다. 수색에 동원된 경찰만 연인원 31만8000여명에 달했다. 여러 사회단체가 700여만장의 전단을 뿌렸고, 기업들도 상품에 아이들 사진을 인쇄해 찾기에 동참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11년6개월 만에 모두 유골로 발견되고 말았다. 실종 경위도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아이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실종에 대한 공포를 갖고 있다. 어디를 가더라도 잠깐의 방심으로 잃어버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게 마련이다. 지금도 하루 31명, 한 시간에 1.29명의 아이들이 부모를 잃어버린다. 지난해 경찰청에 접수된 실종 아동 신고는 1만1425건이다. 2006년 7071건에 비해 60% 이상 늘었다. 대부분 부모 품으로 돌아갔으나 258명은 아직도 찾지 못한 상태다.

미아 찾기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12시간 안에 찾을 확률이 98%인데 반해 이틀이 지나고 나면 1.3%로 뚝 떨어진다. 초기 대처가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코드 아담(Code Adam)’이라는 미아 찾기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있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에서 미아가 생기면 즉시 출입구를 봉쇄하고 아이 인상착의를 반복 방송하는 방식이다. 10분이 지나도 찾지 못하면 바로 경찰에 신고한다.

코드 아담은 1981년 미국 플로리다 시어스백화점에서 실종됐다가 16일 만에 죽은 채 발견된 아담 월시(당시 6세)의 이름에서 따왔다. 1984년 월마트가 시작한 후 2003년 법으로 제정됐다. 지금은 550여곳의 기업과 기관, 5만2000여 대형매장에서 시행 중이다. 우리나라에선 이마트가 2008년 자체 도입해 지금까지 20여명의 미아를 찾아줬다. 보건복지부가 내년 상반기 중 코드 아담 제도를 전면 도입키로 했다. 실종아동보호법을 개정해 놀이공원 유원지 백화점 대형마트 같은 곳에서 의무 적용토록 할 방침이다.

물론 예방이 더 중요하다. 먼저 아이 옷 안쪽이나 주머니에 연락처를 붙여놓는 게 좋다. 아이에게 실종예방 3단계인 ‘멈추기-생각하기-도움 요청’을 교육하는 것도 필요하다. 부모를 놓치면 그 자리에 멈춰서 있고, 이름·연락처를 생각해내며, 주변에 도움 청하기를 반복 연습시켜야 한다. 아이를 잃어버리면 평생의 한으로 남는다. 생업을 소홀히 할 수밖에 없고, 결국 가정 해체로 이어지기 쉽다. 평소 무심했더라도 실종아동의 날(25일)을 계기로 나름의 예방대책을 한 번쯤 점검해 볼 일이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