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일산에서 아파트를 분양받으면서 집단대출을 받은 A씨는 최근 넉 달째 중도금 대출 이자를 내지 않고 있다. 집값 하락 탓에 계약 변경 등을 요구하며 시공사인 B건설 측과 갈등을 빚고 있어서다. 이 아파트 단지에 1220억원의 집단대출을 해준 C은행의 연체율은 2%를 훌쩍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부동산 경기침체 장기화로 국내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5년6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다시 ‘빚 폭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시중은행들마다 건전성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가계대출 연체율 급등

금융감독원이 23일 내놓은 ‘4월 말 국내 은행의 대출채권 연체율 현황(잠정)’에 따르면 원화 기준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79%로 전월 대비 0.03%포인트 높아졌다. 올 들어 4개월 연속 상승세로 2006년 10월 0.94% 이후 최고치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상승한 이유는 집단대출 연체율이 급등하고 있어서다. 은행 관계자들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상반기부터 집값이 반짝 반등했었다"며 ”이때 분양받은 사람들이 집값 하락으로 인해 건설업체와 분쟁을 빚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건설업체들이 미분양 아파트를 해결하기 위해 가격을 낮춰서 팔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분양을 받은 사람들이 잔금을 미루고 입주를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4월 말 기준 집단대출 연체율은 1.84%로 전달보다 0.04%포인트 높아졌다. 담보를 잡히지 않고 돈을 빌리는 신용대출 연체율 역시 오름세다. 1.08%로 전달에 비해 0.07%포인트 상승했다.

주택담보대출과 함께 신용대출 연체율이 함께 높아지면서 전체 가계대출 연체율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4월 말 가계대출 연체율은 0.89%로 지난달에 비해 0.05%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0.24%포인트나 올랐다. 2007년 2월 0.93% 이후 5년2개월 만에 최고치다.

○은행 건전성 확보 ‘비상’

지속적인 연체율 상승으로 은행들의 건전성 관리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집단대출 연체가 더 늘어날 경우 고정이하(3개월 이상 연체)로 분류된 여신이 증가해 쌓아야 할 충당금 규모가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은행별로 보면 우리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지난 1분기 말 기준 0.89%로 전년 동기 대비 0.33%포인트 상승했다. 국민은행도 0.90%에서 0.95%로 올라 1%에 육박했다. 집단대출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하나은행도 0.31%에서 0.45%로 높아졌다.

한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소비자 보호 문제로 대출자들에게 심하게 상환을 독촉할 수도 없기 때문에 연체율 관리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집단대출을 받은 이들이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더라도 경매 등의 방법을 통해 은행들이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에 아직 건전성 관리엔 심각한 문제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장창민/이상은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