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구례의 운조루(중요민속자료 제8호)에도 가운데에 둥근 섬을 둔 네모난 연못이 집 앞에 있다. 앞산인 관악산이 화기(火氣)를 지닌 화산이라 불의 기운을 식히기 위해 물을 가둬놓은 것이다. 충남 논산에 있는 윤증 고택의 경우도 앞쪽에 네모진 연못을 파고 그 안에 석가산을 조성해 놓았다. 모두 부귀와 안녕을 얻기 위한 풍수적 장치물이다.
풍수는 물을 재물로 보아 귀하게 여긴다. 그렇다면 집 앞에 연못만 조영하면 재물운이 커질까? 물론 그렇지 않다. 연못의 크기와 깊이가 주변 산세와 조화를 이룰 때 시너지 효과가 생긴다. 조화롭지 못하다면 오히려 흉물로 돌변하며 사람을 해친다. 물은 움직이니 양이요, 산은 고요하니 음이니 음양의 조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음양의 기가 가장 불균형한 터가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곳이다. 그런 곳은 음기보다 양기가 지나치게 강해 독양(獨陽)의 땅이라 부른다. 토질은 부석부석하고 자갈이 많아 개미나 벌레가 들끓고, 수분이 증발돼 윤기나 끈기가 없다. 지맥의 지기가 수기(水氣)에 의해 압도당해 생기가 모여들지 못하니 사람들이 풍병에 시달리기 십상이다.
섬이나 바닷가에서 좋은 집터는 바다가 훤히 바라보이는 곳이 아니라 산이 앞을 가려 바다가 보이지 않거나 산자락이 좌우를 가로막아 바닷물이 멀리서 빠끔히 잔잔하게 바라보이는 곳이다.
풍수 격언에 “바닷가에는 귀인(貴人)이 없다”는 말이 있다. 바다를 정면에서 대한 집은 명당이 아니라는 뜻이다. 육지에서도 경관이 좋은 큰 저수지가에 살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다. 저수지가 생긴 지 100년이 넘었거나 태초부터 있어온 강물가라면 땅과 물이 이미 균형을 이뤄 사람이 살아도 별반 문제가 없다. 하지만 자연은 양(물)이 커지면 음(땅)이 따라 커지고, 양이 작아지면 음도 따라서 작아지면서 억만년의 세월 동안 균형을 맞췄다. 인위적으로 큰 못을 조성하면 땅이 갑자기 커진 수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변하면서 몸살을 앓는다. 땅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은 땅의 기운이 안정된 곳에 살아야 편안하다.
저수지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강물을 막아 건설한 보 옆은 음양의 기가 순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사는 지혜가 필요하다.
고제희 대동풍수지리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