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창근 칼럼] 원전 없는 사회? 먼 꿈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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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 '원전 제로' 충격파…우리에게도 새로운 화두 던질 것
원전 당위성의 전제는 안전신뢰
추창근 기획심의실장·논설위원
원전 당위성의 전제는 안전신뢰
추창근 기획심의실장·논설위원
결국 일본이 ‘원자력발전소 제로(0)’의 상황에 들어갔다. 마지막 남았던 홋카이도 도마리(泊)원전이 운전을 멈추면서 일본의 54기 원전 모두 전력생산이 중단됐다. 1970년 이후 42년 만에 처음있는, 과거 경험하지 못했던 비상사태다.
원전 공백이 오래갈 가능성도 크다. 지난해 3월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정기점검을 위해 정지된 원전들이 안전 검증 후에도 여론에 막혀 재가동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노다(野田佳彦) 정부는 이런 상황을 돌파할 추진력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탈(脫)원전 여론의 중심에는 국민적 인기를 끌고 있는 하시모토(橋下徹) 오사카 시장의 유신회가 있다. 원전 반대를 내걸고 다음 총선에서 집권 민주당 타도를 외치고 있는 그가 19세기 메이지유신을 이끈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에 비견되는 것도 흥미롭다.
일본의 원전 제로는 중대한 시련이자 실험이다. 후쿠시마 악몽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 국민의 선택이기는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쇠퇴일로를 걷는 경제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재계단체인 게이단렌(經團連)은 원전이 재가동되지 않으면 일본 경제가 붕괴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일본은 원전의 전력공급 비중이 예전 30%에 이르렀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가동 원전이 줄어들면서 지난해 말 그 비중이 5% 이하까지 떨어졌다. 대신 화력발전소를 풀가동해 공급 비중을 과거 60% 정도에서 78%까지 높였다. 지난해 일본의 무역수지가 31년 만에 적자를 기록한 것도 석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수입 급증이 주된 요인이었다.
모든 원전이 멈춘 올해 일본의 전력난은 더 심각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보다 더 강도 높은 절전운동이 불가피하고, 전력제한령, 혹서기 시에스타(낮잠) 휴무제 등의 대책도 나왔다. 그 여파가 올해 일본의 경제성장률을 적어도 1%포인트는 낮출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원전 없는 사회가 일본 국민의 일상을 어떻게 바꾸고, 경제의 어느 범위에 어떤 형태로 얼마만큼의 충격파가 미치는지, 또 그 고통을 어떻게 견뎌내고 난국을 헤쳐나가는지는 우리도 깊이 주목해야 할 과제다. 국민의 삶, 나라 경제와 관련한 원전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할 수 있는 화두(話頭)를 제공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21기의 원전이 전력공급의 34%를 차지한다. 가정에서 쓰는 전력이 14% 정도인 반면 산업용 소비가 55%에 이른다. 일본의 산업용 전력소비 비중은 30% 남짓하다. 우리의 에너지다소비 산업비중, 단위 경제성장에 투입되는 전력량은 일본의 2배 수준이다. 원전이 멈춰져 전력 공급이 차질을 빚을 경우 우리 경제가 받는 타격은 일본보다 훨씬 심대(甚大)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무엇보다 일본은 화력과 수력 등의 여유 발전설비를 통해 11%가 넘는 전력공급 예비율을 확보해 놓고 있었던 것이 지난해 전력난 극복의 배경이었다. 우리는 지금 전력예비율이 위험수위인 7%로 떨어져 있고 올여름 블랙아웃(대정전)의 위기에 직면한 실정이다.
원전 반대론자들은 앵무새처럼 신재생에너지를 내세운다. 하지만 태양광이나 풍력 조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깨끗함과 안전함만 주장할 뿐 우리나라의 열악한 부존량이나 개발여건, 낮은 효율에는 눈감는다. 더구나 대용량 전원으로 원전을 대체하기 위한 태양광·풍력·조력발전소를 건설하려면 얼마나 넓은 땅을 파헤쳐야 하고, 산림을 훼손해야 하며 갯벌을 파괴해야 하는지도 말하지 않는다. 원전의 무조건적 부정이다.
경제성이나 전력공급 안정성, 기술적 실현성의 차원에서 앞으로도 오랫동안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원전의 대안은 없고 원전 없는 사회 또한 먼 꿈일 뿐이다. 그러나 그 당위성의 전제, 모든 것에 우선하는 가치는 ‘위험한’ 원전의 무한한 안전과 그것에 대한 신뢰다.
지난 2월 고리원전 1호기에서 일어났던 정전사고 은폐에 이어 이번에 드러난 한국수력원자력 직원과 납품업자 간 뇌물의 고리로 엮인 조직적 비리는 그래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다. 국민의 신뢰를 걷어차고 스스로 안전에 대한 불신의 무덤을 판, 원전의 존립마저 위협할 만큼 치명적인 해악이기 때문이다.
추창근 기획심의실장 / 논설위원
원전 공백이 오래갈 가능성도 크다. 지난해 3월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정기점검을 위해 정지된 원전들이 안전 검증 후에도 여론에 막혀 재가동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노다(野田佳彦) 정부는 이런 상황을 돌파할 추진력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탈(脫)원전 여론의 중심에는 국민적 인기를 끌고 있는 하시모토(橋下徹) 오사카 시장의 유신회가 있다. 원전 반대를 내걸고 다음 총선에서 집권 민주당 타도를 외치고 있는 그가 19세기 메이지유신을 이끈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에 비견되는 것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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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원전의 전력공급 비중이 예전 30%에 이르렀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가동 원전이 줄어들면서 지난해 말 그 비중이 5% 이하까지 떨어졌다. 대신 화력발전소를 풀가동해 공급 비중을 과거 60% 정도에서 78%까지 높였다. 지난해 일본의 무역수지가 31년 만에 적자를 기록한 것도 석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수입 급증이 주된 요인이었다.
모든 원전이 멈춘 올해 일본의 전력난은 더 심각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보다 더 강도 높은 절전운동이 불가피하고, 전력제한령, 혹서기 시에스타(낮잠) 휴무제 등의 대책도 나왔다. 그 여파가 올해 일본의 경제성장률을 적어도 1%포인트는 낮출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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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현재 21기의 원전이 전력공급의 34%를 차지한다. 가정에서 쓰는 전력이 14% 정도인 반면 산업용 소비가 55%에 이른다. 일본의 산업용 전력소비 비중은 30% 남짓하다. 우리의 에너지다소비 산업비중, 단위 경제성장에 투입되는 전력량은 일본의 2배 수준이다. 원전이 멈춰져 전력 공급이 차질을 빚을 경우 우리 경제가 받는 타격은 일본보다 훨씬 심대(甚大)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무엇보다 일본은 화력과 수력 등의 여유 발전설비를 통해 11%가 넘는 전력공급 예비율을 확보해 놓고 있었던 것이 지난해 전력난 극복의 배경이었다. 우리는 지금 전력예비율이 위험수위인 7%로 떨어져 있고 올여름 블랙아웃(대정전)의 위기에 직면한 실정이다.
원전 반대론자들은 앵무새처럼 신재생에너지를 내세운다. 하지만 태양광이나 풍력 조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깨끗함과 안전함만 주장할 뿐 우리나라의 열악한 부존량이나 개발여건, 낮은 효율에는 눈감는다. 더구나 대용량 전원으로 원전을 대체하기 위한 태양광·풍력·조력발전소를 건설하려면 얼마나 넓은 땅을 파헤쳐야 하고, 산림을 훼손해야 하며 갯벌을 파괴해야 하는지도 말하지 않는다. 원전의 무조건적 부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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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고리원전 1호기에서 일어났던 정전사고 은폐에 이어 이번에 드러난 한국수력원자력 직원과 납품업자 간 뇌물의 고리로 엮인 조직적 비리는 그래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다. 국민의 신뢰를 걷어차고 스스로 안전에 대한 불신의 무덤을 판, 원전의 존립마저 위협할 만큼 치명적인 해악이기 때문이다.
추창근 기획심의실장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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