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1당 유지 속 수도권 열세 부담…박근혜 대선가도 청신호
민주 수도권 우세속 사실상 패배 책임론…통합진보에 캐스팅보트
대선정국 조기도래…여야 각종 이슈 놓고 사사건건 충돌 불가피

4ㆍ11 총선 결과 새누리당의 원내 제1당 유지와 함께 사실상 `여대야소' 정국이 유지될 것으로 보여 대선을 앞두고 여야간 정국 주도권 다툼이 한층 치열해 질 전망이다.

선거 초반까지만 해도 정권심판론 속에 확실한 여소야대 구도가 예상됐으나 민주당의 잇따른 `실책'과 새누리당의 예상 밖 선전으로 새누리당이 1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야권연합의 과반 의석 확보를 저지하면서 사실상 여대야소 정국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전 15대와 16대 국회는 여소야대, 17대와 18대 국회는 여대야소 국회였다.

초반의 예상 및 기대치와 비교할 때 새누리당 `승리', 민주당ㆍ통합진보당 야권연대 `패배', 통합진보당 `야권연대 패배속 승리'로 요약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총선이 새누리당의 승리로 결론났지만 의석수 차이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여야는 앞으로 정국의 주요 이슈를 놓고 사사건건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총선이 사실상 대선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었다는 점에서 대선정국이 조기 도래할 것으로 보이며, 여야는 12월 대선 8개월 전부터 불꽃 튀는 공방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정권심판론을 앞세운 민주당과 통합진보당 양당은 이미 `이명박 정부의 모든 것을 뒤집겠다'고 예고해 놓은 상태다.

총선 패배를 만회하기 위해 더욱 공세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구체적으로 한미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 제주 해군기지 건설 재검토,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ㆍ대통령 측근 비리ㆍ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논란 등에 대한 특검 또는 청문회를 추진하고 4대강 사업과 종편 선정과정 논란 등도 심판 대상에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총선 성적표가 당초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데다 새누리당이 1당까지 유지하면서 이 같은 움직임에 제동이 걸린 형국이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정치공세를 차단하면서 적극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누리당 승리 덕분에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권력누수) 우려 역시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총선 승리를 견인하며 여권 대선주자로서의 입지가 더욱 확고해 진 박근혜 중앙선대위원장이 현 정부와의 차별화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 새누리 정국 주도권 확보..박근혜 대선가도 탄탄대로 = 각 당의 내부 기상도를 보면 새누리당 `쾌청', 민주당 `흐림'이다.

선거 초반만 해도 새누리당의 승리를 점치는 전망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디도스 사건'과 전당대회 `돈봉투 파문'으로 최악의 상황을 맞았고, 결국 구원투수로 등장한 박 위원장이 당명까지 바꾸는 고강도 처방을 통해 민심을 다시 회복한 것으로 분석된다.

결과적으로 새누리당은 지난 2004년 탄핵정국 이상의 악조건 속에서 사실상 질 것으로 예상했던 선거를 이긴 만큼 훨씬 유리한 입장에서 대선정국을 주도해 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정치분석가는 "정국 주도권이 새누리당에 있다"고 단언했다.

더욱이 텃밭인 `영남'을 사수한데다 정치적으로나 지리적으로나 `중원'인 충청에서 크게 선전하고 `야도'로 분류됐던 강원도에서 압승을 거둔 것이 의미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다만 대선의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열세를 보인 것은 뼈아프다는 지적이다.

총 유권자 3천890만명(2010년 기준)의 49%인 1천900만명이 모여있고 전체 지역구 246곳 중 45.5%인 112곳이 위치한 수도권 표심을 잡지 못하면 대선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은 앞으로 수도권 대책에 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 위원장의 대선 가도는 탄탄대로일 것으로 예상된다. 새누리당 입장에선 이번 선거는 사실상 `박근혜에 의한, 박근혜를 위한 선거'라고도 볼 수 있다.

박 위원장은 선거사령탑으로서 처음부터 끝까지 선거를 진두지휘해 왔다. 전국의 주요 초접전지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것도 `박근혜 효과' 덕분이라는 게 중론이다.

당내 `비박'(非朴) 진영의 도전도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 선거패배 후폭풍..대여공세 나설 듯 = 민주당은 사실상 이번 선거에서 패배했다. 이번 선거 패배는 민주당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말 구(舊)민주당, 시민사회, 한국노총이 통합할 때만 해도 총선 전망은 낙관적이었으나 이후 불거진 공천잡음, 모바일 경선 조작 논란, 정책혼선, 김용민 막말 파문 등으로 결국 패배의 쓴잔을 마셨다.

민주당은 선거 패배로 대혼란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일단 한명숙 대표는 `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가 선거 다음날인 12일 패배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내놓겠다고 밝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12월 대선까지 비상대책위원회의 체제로 갈지 지난 `1ㆍ15 전당대회' 차점자가 대표직을 승계할지를 놓고도 격론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한 대표가 사실상 대선을 위한 관리형 지도부라는 점에서 현행 한명숙 체제를 그대로 끌고 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한 대표의 리더십은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무엇보다 국정 영향력이 약화되면서 야권연대의 한 축인 통합진보당에 끌려 다닐 가능성이 높아졌다.

민주당은 제1당이 못되면서 단독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된 반면, 통합진보당은 이번 선거를 통해 명실 공히 제3의 정당으로 발돋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 통합진보당과의 보조를 맞추기 위해 한미(FTA)나 제주 해군기지 건설, 재벌개혁 등의 민감한 이슈에 대해 `좌클릭' 행보를 강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더욱이 총선 직후 곧바로 대선 정국이 도래한다는 점에서 누가 당 대표가 되든 강공모드를 택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라 여야가 첨예하게 대치하면서 국회 파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통합진보당..최대 수혜자 = 통합진보당은 이번 선거의 `최대수혜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원내 교섭단체(20석) 구성에는 실패했지만 10석 이상을 건지면서 명실 공히 원내 제3당으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17대 총선의 10석(지역구 2석, 비례대표 8석)을 훌쩍 넘어서는 수치다.

이에 따라 통합진보당은 19대 국회에서 원내 교섭단체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원내 1당에 실패한 민주당이 정국 주도권을 잡으려면 통합진보당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통합진보당은 앞으로 민감한 현안마다 자기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새누리당 등 보수진영과의 충돌 속에 자칫 19대 국회가 `타협 없는' 대결의 장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대선 정국에 접어들면 통합진보당의 활동반경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선을 통해 야권 단일화의 위력이 입증된 만큼 외연을 더욱 확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통합진보당이 좌클릭 행보를 가속화할 경우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유선진당..참담한 패배 = 지난 18대 총선에서 원내교섭단체(20석)에 2석 모자라는 18석을 획득하며 `돌풍'을 일으켰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한자릿수에 그쳐 말 그대로 군소정당으로 전락했다.

특히 충청의 심장부인 대전에서 완패한데다 심대평 대표가 직접 출마한 세종시에서 마저 민주당에 진 것은 선진당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평가다.

선진당은 이제 당의 존폐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일단은 당 지도부를 새로 구성하고 체제를 정비하는 게 시급한 과제다. 심 대표가 낙선한 상황에서 당내 남은 유일한 리더십인 이회창 전 대표가 다시 전면에 등장할 가능성이 커졌다.

당 일각에선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과의 `보수대연합' 논의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이 전 대표는 그간 수차례에 걸쳐 보수진영 재집권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총선이 끝난 뒤 보수대연합을 위한 행보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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