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보스토크, 하바로프스크, 블라고베셴스크 등 러시아 극동 지역 도시들의 경제는 중국인 손아귀로 넘어갔다. 중국인 불법 이민과 범죄조직들이 지역 상권을 장악한 것이다. 신발과 가정용품 등 소비재는 중국산으로 대체됐다. 건설 분야에서도 중국 기업 화푸 등이 진출해 최대 물량을 확보했다.

화교들은 시베리아 삼림을 벌채해 대부분 중국으로 보낸다. 블라디보스토크에는 중국 범죄조직이 세운 카지노가 수십 군데 성업 중이다. 중국인 ‘라오다(老大·큰형님)’로 불리는 량촨난이 이 지역에서 도박과 관광, 성매매사업을 지배한다. 이들은 중국의 지하 은행들과 거래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들을 앞세워 러시아와의 외교전쟁에서 큰목소리를 내고 있다.

《차이나 브라더스》는 스웨덴 출신 기자가 아시아에서 현장을 취재하면서 중국 세계전략의 목적과 필요성, 그에 따른 현상을 분석한 책이다. 공식 채널 밖의 물밑 작업, 막후에서 펼치는 치밀한 전략들도 다뤘다.

중국은 아시아 대륙을 넘어 유럽과 아프리카, 태평양의 작은 나라들까지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이 다른 지역을 장악해 가는 방식은 서구 열강들이 걸었던 것과는 달리 너무나 ‘중국적’이다. 정부 이민자 삼합회란 세 축이 단합해 쟁점 지역들을 자신의 영향권으로 흡수해버린다. 새로운 인해전술이다. 중국 정부는 개혁 개방을 시작한 1978년 이후 급증한 이민자를 세계 전략에 활용하고 있다. 이는 서구에서는 상상도 못한 일이다.

새로운 이민자들은 반정부적인 성격이 강한 예전의 이민자와 달리 친정부적이고 대륙과의 유대감도 끈끈하다. 화교는 해외에서 엄청난 숫자를 앞세워 상권을 장악하고 삼합회는 그 지역 폭력조직을 밀어낸 뒤 밀무역과 매춘, 카지노 등 이권 사업을 지배한다.

세계를 지배하는 데 중요한 거점인 태평양에서는 미국과 맞먹을 정도로 힘을 키웠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이란 등에 집중하는 사이 중국은 태평양 국가들에 대한 경제 지원을 늘리며 이권을 챙기고 군사적 교두보를 확보했다. 폴리네시아 등에서는 경제원조를 무기 삼아 삼림과 수산물 등 천연자원 채굴권을 얻었다. 파푸아뉴기니 등에서는 원조 대가로 적도 부근 위성 기지를 설치하거나, 잠수함이 다닐 수 있는 심해 통행권 등을 보장받았다. 이 와중에 현지인의 반감이 커지며 솔로몬제도에서는 반중국인 폭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