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지난 주말 발표된 미국 고용지표에 대한 실망감으로 큰 폭으로 떨어졌다. 대규모 프로그램 매도 물량 탓에 코스피지수 2000선이 무너졌다. 향후 시장 전망은 상반된 두 개의 시각이 충돌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의 실적 발표 일정에 주목하는 쪽에선 증시가 당분간 횡보하거나 조정을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이 썩 좋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반면 중국의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갈수록 살아나면서 국내 증시 역시 강세를 보일 것이란 낙관론을 펼치는 이들도 있다. 글로벌 경제의 ‘G2’(주요 2개국)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 둘 중 어느 쪽 힘이 더 센가에 따라 투자자들의 희비가 갈릴 전망이다.

◆“미국 기업 실적 부진 시장 발목”

코스피지수는 9일 31.95포인트(1.57%) 내린 1997.08에 마감했다. 코스피200지수 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의 매도 공세로 선물 가격이 하락한 여파로 현물시장에서 2362억원가량의 프로그램 매도 물량이 나온 것이 주가 하락의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삼성전자(-1.13%) 포스코(-1.61%) 현대모비스(-2.88%) 현대중공업(-3.19%) 하이닉스(-4.10%)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일제히 조정을 받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주식시장이 당분간은 하강 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국내 증시에 대한 영향력이 큰 미국 기업들의 1분기 어닝시즌(실적 발표 기간)이 주식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홍순표 BS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2011년부터 코스피지수와 미국 S&P500지수의 상관관계를 따져본 결과, 어닝시즌에는 서로 유사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강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기업들의 1분기 주당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36%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되면 증가율은 3분기 연속 낮아져 이번 어닝시즌이 미국과 국내 증시에 상승 모멘텀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설명이다. 이정민 대우증권 연구위원도 “지난달부터 월가에서 기업들의 실적 추정치를 상향 조정하는 흐름이 나타나긴 했다”면서도 “뒤집어 보면 ‘어닝 서프라이즈’가 나올 확률은 낮아진 셈이어서 어닝시즌에 미국 증시는 밋밋한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홍 부장은 다만 “미국 기업들의 실적이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반도체 필수소비재 보험업종 등은 국내 시장에서도 긍정적인 주가 흐름을 기대해 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중국 경기 회복세가 상승 모멘텀”

향후 시장을 밝게 보는 견해도 있다. 이들이 주목하는 변수는 중국이다. 중국은 그동안 경기 경착륙에 대한 우려 때문에 글로벌 증시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가 조만간 바뀔 것이란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그 분기점이 이번주 예정된 주요 경제지표 발표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유익선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중국의 경기선행지수가 두 달 연속 상승했고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지난달에 큰 폭으로 개선됐다”며 “오는 13일 발표되는 1분기 경제성장률이 시장의 예상대로 8.4%를 기록하면 중국 경기가 바닥을 찍었다는 인식이 확산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투자분석팀장도 “1분기 국내 주식시장의 상승을 이끌었던 동력이 미국의 경기 회복세였는데, 이제부터는 중국이 바통을 이어받아 주가 상승의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중국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가 투자 확대보다는 소비 회복을 통한 경기 부양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중국의 경기 회복에 따른 국내 증시의 수혜주도 이전과는 달라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즉 중국의 투자 확대 시 이득을 볼 수 있는 철강 금속 등 소재주보다는 소비 증가의 직접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화학주 필수소비재 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