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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 칼럼] 콩나물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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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장미와 콩나물’이란 TV드라마가 있었다. 장미 같은 며느리와 콩나물표 시어머니가 티격태격하다 점차 서로를 닮아간다는 내용으로 평균 시청률 33%란 대박을 냈다. 고(故) 최진실 씨가 장미에서 콩나물로 변하는 똑부러진 며느리 역할로 인기를 끌었다.

    콩나물은 소박한 서민 삶의 상징이다. 콩나물과 소금 파 마늘만 있으면 한 상 차리고도 남는다. 콩나물밥부터 콩나물무침 콩나물국까지. 콩나물해장국과 콩나물잡채는 물론 비빔밥, 아귀찜 해물찜 같은 찜요리, 생선 지리와 매운탕에도 빠지지 않는다.

    대두황권(大豆黃券)이란 이름으로 우황청심환에도 들어간다. 자양강장 및 이뇨·해독용이다. 아스파라긴산과 아르지닌이 간을 보호하고 숙취 해소를 돕는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전부터 약재로 쓰인 셈이다.

    친근해서일까. 콩나물이 들어간 단어나 얘기도 많다. 학급 당 학생 수가 60~80명이던 시절 생겨난 ‘콩나물시루 같은 교실’도 있고, ‘콩나물과 사람은 밑빠진 독에서 자란다’도 있다. 매일 주는 물이 그대로 새는 것 같지만 콩나물을 키우듯 사람도 교육을 받다 보면 어느 새 훌쩍 성장한다는 것이다.

    그런 콩나물조차 먹기 힘들어질 모양이다. 기본 반찬에서 빼거나 여기저기서 양을 줄인 식당도 적지 않다. 콩나물이 귀해진 건 지난해 여름부터. 봉지당 1000~1200원에 간혹 1+1 행사도 하던 대형마트에서 덤이 사라진 건 물론 가격도 20% 이상 올랐다.

    문제는 콩값이다. 콩나물콩 값은 2010년 8월 100g 당 400원 선에서 지난해 8월 700원대로 70% 이상 급등했다. 날씨 탓에 생산량이 줄어든 데다 콩나물콩 주산지인 제주도에서 콩보다 비싼 메밀이나 감자를 심는 이들이 늘어난 까닭이다. 두부 만들 때 쓰는 백태(누런 콩)도 같은 기간 896원에서 1256원으로 40.2% 상승했다. 두부값이 괜히 오른 게 아니란 얘기다.

    지난해 7월 통관 강화로 수입이 줄어든 영향도 있다는 가운데 최근엔 국제시장 콩값까지 다락같이 오른다는 소식이다. 세계 최대 산지인 미국과 남미의 수확량 감소 전망과 함께 시카고상품거래소(CBOT) 콩 선물가격이 고공행진 중이란 것이다.

    미국의 경우 중국의 사료용 옥수수 수입 증가로 옥수수값이 급등하면서 콩 대신 옥수수를 재배하는 농가가 많아졌고, 남미에선 기상 악화로 수확이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입콩값이 오르면 국산콩값도 오르게 마련이다. 이대로 가다간 전주 콩나물해장국의 비결이라는 쥐눈이콩(서목태) 콩나물은커녕 수입콩두부도 마음놓고 사먹기 어렵게 생겼다. 서글픈 시절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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