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가 강남구를 제치고 전국에서 아파트 값이 가장 비싼 곳이 됐다.

부동산 정보업체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30일 서울 서초구 아파트의 가구당 평균 매매가는 10억9054만원으로 조사돼 강남구의 10억8409만원보다 645만원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닥터아파트가 지난 2003년 시세 조사를 시작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2003~2005년 강남구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서초구보다 7000만원 이상 높았다. 주택시세 급등기였던 2006~2007년을 지나면서 시세의 차이는 계속 심해져 2007년 말 최대 1억4960만원까지 차이가 벌어졌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집값이 하락한 2008년부터 평균 매매가 격차가 급격하게 줄고 지난해 말 42만원까지 차이가 좁혀져 올해 1분기에 오히려 서초구가 강남구를 앞지르는 결과로 나타났다.

서초구 아파트 평균매매가가 강세를 보인 가장 큰 이유는 2008부터 반포자이(3410가구), 래미안퍼스티지(2444가구), 반포리체(1119가구) 등 중대형 위주 대단지들이 입주하면서 평균매매가를 끌어올린 것을 꼽을 수 있다.

강남구는 재건축예정 아파트들의 시세 하락폭이 서초구에 비해 훨씬 컸다. 강남구는 대치동 은마아파트(4424가구), 개포동 주공1~4단지(1만440가구) 등 주요 단지들의 시세가 약세를 보이면서 평균매매가를 끌어내렸다. 또 강남구는 2006년 입주한 도곡렉슬(3002가구)을 제외하고는 이렇다할 대단지 입주가 없었다. 2008년과 2005년에 각각 입주한 삼성동 힐스테이트1단지(1144가구), 역삼래미안(1050가구) 등이 1000가구가 넘지만 중소형 아파트 위주였다.

닥터아파트 조은상 리서치팀장은 “재건축 시장 회복이 늦어진다면 강남구 아파트 값이 다시 서초구를 앞지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