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컬링
동계스포츠에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도 얼음 위를 미끄러지는 커다란 돌덩이 앞에서 사람들이 열심히 빗자루질을 해대는 묘한 광경을 한번쯤은 TV를 통해 본적이 있을 것이다. 처음 보면 약간 우습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한 이 경기가 바로 컬링(curling)이라고 부르는 동계스포츠다.

게임은 컬링시트라고 부르는 폭 4.27m, 길이 42.07m의 직사각형 얼음 링크 안에서 진행된다. 각 4명으로 구성된 두 팀이 맷돌처럼 생긴 돌덩이(스톤)를 4개의 동심원으로 이뤄진 지름 3.66m의 상대편 하우스(house) 안에 집어 넣어야 한다. 스톤이 상대방보다 하우스 중심에 가깝게 멈춰서면 득점이 인정된다. 한 선수가 목표를 향해 스톤을 미끄러 뜨리면 두 선수는 스톤이 지나가는 얼음길을 브룸이라는 빗자루 모양의 솔로 닦아내 진로와 속도를 조절한다. 또 한 명의 선수는 스톤을 던지는 방향과 진로 등에 대해 총체적인 조언을 한다.

얼핏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스톤의 진로와 속도를 선택하는 데 매우 복잡한 전략적 사고가 요구돼 ‘빙판 위의 체스’라는 별칭이 있다. 게다가 1인당 모두 20회씩 스톤을 투구해야 해 경기시간만 2시간30분가량 걸린다. 또 스위핑으로 불리는 빗자루질을 계속하며 경기당 3㎞ 이상을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고도의 집중력과 강인한 체력은 필수라고 한다. 16세기 중반 스코틀랜드에서 시작됐는데 현재는 캐나다에서 아이스하키와 함께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로 자리잡고 있다. 1998년 제18회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하지만 국내에는 1994년에서야 대한컬링경기연맹이 창설되는 등 역사가 일천하다. 그런 우리나라의 여자 컬링대표팀이 일을 내고 말았다. 캐나다 레스브리지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여자 컬링선수권대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4강에 오른 것이다. 어제 준결승전에서 스위스에 6 대 9로 아깝게 져 결승 진출은 좌절됐지만 4강 진출만으로도 말그대로 기적이다. 2002년 처음 세계선수권에 출전했지만 9전 전패를 당했던 여자대표팀이었다. 전용경기장이 없어 선수들끼리 용돈을 모아 경기장을 빌려야 했고 메달 유망종목이 아니라서 태릉선수촌에도 못 들어갔던 그들이었다. 하지만 식당과 모텔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매일 다섯 시간씩 땀을 흘린 노력이 믿을 수 없는 결과로 이어졌다.

컬링 여자대표팀의 선전을 보면서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낸 핸드볼 여자대표팀의 이야기를 떠올린 사람이 많았을 게다. 한국을 명실상부한 동계스포츠 강국으로 만들고 국민들에게 커다란 감동을 선사한 ‘빙판의 우생순’ 주인공들에게 아낌 없는 박수를 보낸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