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많이 올랐다. 그런 만큼 월가를 중심으로 앞으로 증시에 복병이 될 수 있는 ‘테일 리스크(tail risk·꼬리위험)’ 찾기에 분주하다. 테일 리스크란 정규분포의 양쪽 끝 부분으로, 발생 가능성이 낮지만 발생하면 주가를 크게 뒤흔들어 놓을 수 있는 변수를 말한다.

테일 리스크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유동성 장세가 과연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특히 외국자금 유입으로 선진국에 비해 유동성 장세의 성격이 짙은 신흥국이 더 문제다. 돈의 힘만으로 오른 주가는 어느 순간에 기대심리가 꺾이면 ‘패닉 트레이드(panic trade·갑작스런 거래 중단)’가 나타나면서 거품은 반드시 붕괴되기 때문이다.

유동성 장세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부(富)의 효과’에 의해 기초여건이 개선돼야 한다. 이것이 뒤따라오지 않으면 거품으로 조만간 주가는 하락한다. 미국을 중심으로 디레버리지(부채 축소·저축 증대)가 마무리 국면에 놓여 있어 주가가 크게 떨어질 가능성은 작지만 이 효과가 뒤따라오지 않으면 의외로 큰 충격이 될 수 있다.

둘째, 미국 금리가 인상국면으로 전환돼 미국 경기가 ‘더블 딥’에 빠지는 경우다. 현재 미국 경기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위기 극복 과정에서 많이 풀린 유동성과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의외로 빨리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도 확산되고 있다. 갈수록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이 많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다.

하지만 미국 경제 회복세는 고용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수준은 아니다. 고용문제를 해결하려면 성장률이 최소한 잠재수준인 3%를 웃돌아야 한다. 이 때문에 물가만을 고려해 정책금리를 올릴 경우 1930년대 ‘에클스 실수(Eccles’s failure)’처럼 언제든지 ‘더블 딥’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셋째, 중국이 ‘중진국 함정(middle income trap)’에 빠지는 경우로, 특히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에 커다란 타격이 예상된다. 최근 중국은 ‘외연적 성장경로’에서 ‘내연적 성장경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심한 성장통을 겪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2년간 강력한 긴축정책의 후유증으로 단기적으로 경착륙 우려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중국이 아르헨티나, 필리핀처럼 중진국 함정에 빠지려면 권력층은 인민들에 영합하고 인민들은 욕구 분출이 심해져야 한다. 이 경우 ‘고비용-저효율’ 구조가 정착되면서 경제가 한 단계 퇴보한다. 선입견과 달리 중국은 정경분리의 원칙이 지켜지고 있고 인민들에 대한 통제시스템이 잘 작동돼 중진국 함정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넷째, 일본경제가 최근 엔화 약세에 힘입어 ‘안전통화 저주(curse under safe haven)’로부터 벗어날 수 있느냐도 변수다. 배리 아이켄그린 미국 UC버클리 교수가 처음 주장했던 안전통화 저주란 미국, 유럽의 잇따른 위기로 안전통화로 부각된 엔화가 강세가 돼 가뜩이나 어려운 일본경제를 더 어렵게 하는 상황을 말한다.
금융위기 이후 내내 일본경제는 엔고에 시달려 왔다. 작년 8월 출범했던 노다 정부는 총체적 난국에 빠진 경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해 왔으나 취약한 재정과 장기간 ‘제로(0)’ 금리정책으로 동원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바닥났다. 이 때문에 일본경제가 안전통화 저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면 디플레이션 국면에 다시 빠질 가능성이 높다.

다섯째, 최악의 상황을 넘긴 유럽위기가 남아 있는 과제를 풀어가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자본을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다. 특히 자금 사정이 풍부한 중국 등 브릭스 국가들이 선진국과의 대타협에 실패하는 경우가 가장 우려된다.

‘위기극복 3단계’ 이론으로 볼 때 돈이 부족한 유동성 문제를 극복하고 유럽통합이 갖고 있는 내부적인 시스템을 해결하면 유럽경기가 회복되고 통합도 공고히 될 수 있다. 우선순위는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는 일로 회원국 간에 또다시 이견을 보이거나 브릭스 국가들이 지원에 나서지 않는다면 더 이상 기댈 곳이 없어진다.
여섯째, 재차 불거지고 있는 각국 간 자국통화 평가절하 경쟁으로 환율 분쟁이 심해지는 경우다. 올 3월 이후 각국의 통화정책을 보면 사실상 제로 금리인 선진국들은 양적 완화를, 신흥국들은 정책금리 인하를 주수단으로 한 완화기조가 뚜렷하다. 하지만 외형상으로 경기부양을 목적으로 하더라도 통화정책 완화는 자국통화의 평가절하로 연결된다.

특정국의 평가절하책은 대표적인 ‘근립궁핍화 정책’에 해당한다. 당면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 현안을 풀어가기 위해 글로벌 공조가 계속 요구되는 상황에서 각국 간 갈등이 심해진다면 세계경제와 글로벌 증시는 다시 깊은 수렁에 빠질 수 있다.

‘테일 리스크’는 그 자체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낮은 위험이다. 하지만 연초 예상치 못한 유동성 장세로 주가가 올라 뒤늦게 ‘낙관론’이 부는 증시에서는 이런 위험을 잘 파악해 미리 대비해 놓는 것도 자신의 재산을 보호하는 길이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