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컨슈머리포트
2001년 미국시장 점유율을 늘려가던 미쓰비시자동차에 비상이 걸렸다. 주력모델 ‘몬테로’에 결함이 있다고 미 소비자 잡지 ‘컨슈머리포트’가 지적했기 때문이다. 어떤 대책도 먹혀들지 않더니 결국 판매량이 60%나 떨어지는 타격을 입었다. 2010년엔 도요타가 걸려들었다. 신형 SUV인 ‘렉서스 GX460’이 고속 주행 시 전복 위험이 있다며 ‘구입하지 말라’는 권고가 나왔다. 도요타는 미국 판매를 중단하고 대규모 리콜을 실시했다.

아이폰4의 수신기능을 둘러싼 논쟁을 잠재운 것도 컨슈머리포트였다. 왼쪽 아랫부분을 쥐면 수신 강도가 떨어진다는 불만이 잇따랐지만 스티브 잡스의 답변은 오만할 정도로 간단했다. “그렇게 쥐지 말라.” 논쟁이 계속되자 컨슈머리포트가 나섰다. 자체 테스트에서 수신 결함이 하드웨어 문제일 가능성이 있다며 ‘아이폰4를 추천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꿈쩍도 하지 않던 잡스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책을 내놨다.

컨슈머리포트가 비판적 평가만 내리는 건 아니다. 2006년 삼성전자가 출시한 LCD TV ‘보르도’에 대해서는 찬사를 보내며 다수 제품을 ‘인치별 1위’로 올렸다. 이는 삼성TV가 세계 정상으로 도약하는 전기가 됐다. 2010년에는 현대자동차 신형 쏘나타를 가장 우수한 패밀리 세단으로 평가했다.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30% 이상 치솟았다.

컨슈머리포트는 1936년 비영리단체인 미 소비자연맹에 의해 창간됐다. 100여명의 테스트 전문가, 25명의 조사 요원, 150명의 미스터리 쇼퍼가 자동차 전자제품 생활용품 식품 등을 낱낱이 점검한다. 연 26달러씩 내는 유료독자는 720만명(오프라인 390만명, 온라인 330만명). 공신력 유지를 위해 일절 광고를 싣지 않고 실험용 제품도 직접 돈을 내고 산다. 1년 실험 예산만 2100만달러(약 237억원)로 알려져 있다.

한국판 컨슈머리포트라는 ‘스마트컨슈머(www.smartconsumer.go.kr)’가 첫 작업으로 시행한 등산화 평가결과를 얼마 전 공개했다. 앞으로 유모차 연금보험 보온병 어린이음료 프랜차이즈커피 등 생활밀착형 제품을 순차적으로 평가할 예정이란다. 인터넷에 검증되지 않은 광고성 상품평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믿을 만한 소비정보’를 주는 것을 나무랄 이유는 없다.

[천자칼럼] 컨슈머리포트
다만 공정거래위원회가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 께름칙하다. 물가 억지로 잡기 같은 ‘다른 목적’으로 쓰일 우려가 있어서다. 그동안 기름값부터 백화점수수료, 우유값까지 걸핏하면 물가에 간섭한 전과(前科)가 있기에 해보는 소리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