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임지규 “나는 웃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배우였다”
[이정현 기자/ 사진 이현무 기자] “너 배우나 모델 한번 해봐라”

군대를 갓 제대한 20대 부산 청년을 서울행 기차에 몸을 싣게 만든 건 친구의 한마디 였다. 다니던 대학도 그만 뒀지만 딱히 방도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배우는 뭔가 준비를 많이 해야 할 것 같았고 정식으로 연기를 공부하지도 않았기에 모델이 적합할 것 같았다. “그냥 카메라 앞에 서기만 하면 되는거 아냐”라고 생각했던 어린 임지규는 그렇게 3년 간 수없이 모델 오디션에 떨어지며 쓴 잔을 맛봐야 했다.

“막상 카메라 앞에 서보니 어느새 저는 표정이 없는 사람이 되어 있더라구요. 사실 카메라 앞에서 이렇게 웃을 수 있게 된 것도 얼마 되지 않았어요. 당시에는 더했죠. 하도 오디션에 떨어지다 보니 나중에는 뭐라고 해보자 싶어서 하게 된 게 단편 영화였어요”

단편 영화에서 임지규가 얻은 것은 많았다. 아직 사투리 말투에, 표정도 굳어있던 ‘생초짜’ 배우에게 대사가 없는 ‘핑거프린트’는 많은 것을 선물했다. 그해 단편 영화제를 휩쓸었으며 심사위원이었던 변영주 감독과 인연을 맺게 하기도, 또 대선배 안성기와 함께 무대에 오를 기회도 생겼다. 임지규가 배우를 꿈꾸기 시작한건 그때부터였다.

임지규는 가장 바쁜 독립 영화배우가 됐지만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다. 독립 장편영화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에 주인공에 캐스팅 됐지만 그때의 임지규는 대사 한 줄도 소화 못하는 배우였다. 사투리도 고치지 못했고 발성도 엉망이었다. 얼마나 ‘별로’였으면 중간에 도망칠 생각까지 했을까?

“한번은 이랬어요. 촬영 중간에 살짝 잠이 들었는데 양해훈 감독님이랑 촬영 감독님 두분이 ‘임지규 괜히 뽑은거 같다’고 하시더라구요. 촬영을 반이나 소화한 시점이었어요. 그만 둘 수도 없었죠. 결론은 끝까지 한번 해보자라고 마음을 먹고 달려들었고 완성했죠. 나중에 감독님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일부러 그러셨다고 하시더라구요. 작품을 위해, 임지규를 위해 뭔가가 더 필요했다라고…”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를 소화한 임지규는 연달아 독립 장편 ‘은하해방전선’에도 출연하게 된다. 그리고 그해 임지규가 출연한 두 영화는 모두 부산국제영화제에 소개됐다. 한 배우가 주연을 연기한 두 영화가 동시에 PIFF광장에 나부꼈고 임지규에 대해 관심이 몰리기 시작했다. 부일영화제에서는 신인연기상도 거머쥐었다.

“한번은 GV(Guest Visit)시간에 어떤 분이 그러시더군요. ‘임지규 씨는 다른 배우보다 발성이 부족한 것 같다’고요. 엄청 당황스러웠죠. 창피하기도 하구요. 정말 내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고 다음 작품에서는 그런 질문을 듣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했죠. 나중에 드라마 ‘역전의 여왕’을 하게 됐는데 제 팬카페 분들이 그러시더군요. 발음이 많이 좋아졌다고… 어떻게 보면 배우에게 있어서 기분 나쁠 수 있는 이야기지만 저의 부족한 부분들이 채워지는 과정을 모두 지켜봐준 분들이에요. 너무 감사하죠. 조금 직설적이긴 하지만(웃음)”

독립영화계의 스타였던 임지규는 드라마 ‘역전의 여왕’, ‘최고의사랑’을 통해 인지도를 쌓아나갔다. 그가 드라마의 감초, 윤활유, 왜소하지만 코믹스런 이미지를 얻게 된 건 이때 쯤이다. 작품 수도 적었고 비중도 크지 않았지만 시청자의 뇌리에는 깊게 남았다.

“배우 생활을 독립영화에서 시작 했던게 임지규를 임지규 답게 만들어준 원동력인거 같아요. 드라마나 시트콤 등을 통해 데뷔했다면 좀 뻔한 연기를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독립영화계가 돈, 인기와는 거리가 있는 곳이기도 하고 캐릭터 역시 일상적인 모습을 주문하는 곳이 많았죠. 그런 것들을 소화하다보니 조금씩 캐릭터 속에서 놀 수 있게 됐어요. 단지 대사만 외워서 끝나 버리는게 아니라 임지규가 하기 때문에 다른 느낌을 낼 수 있달까? ‘최고의 사랑’ 속 캐릭터 역시 단순히 대사만 외웠다면 시청자의 사랑을 받기 어려웠을 거라고 생각해요”
[인터뷰] 임지규 “나는 웃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배우였다”
화려하지 않지만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온 임지규는 영화 ‘봄, 눈’에 캐스팅되며 자신의 밑바탕이 된 영화계에 돌아온다. 그전에 출연했던 작품들이 소규모 독립장편영화에 머물렀다면 이번에는 상대적으로 조금 더 많은 관객들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조금 더 기대감을 올리자면 드라마에서 인정받았던 유쾌한 캐릭터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다. ‘봄, 눈’에서 임지규는 이전의 가벼움을 벗고 조금 더 진지한 자세로 임한다.

“드라마를 보신 분들은 이런 오해를 하시죠. 제가 연기한 아들이 원래는 삐딱했는데 부모님의 병 이야기를 듣고 점점 착한 아들로 변해 가는게 아니냐고. 그냥 타지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보통의 아들이에요. 기존 ‘최고의 사랑’ 등에서 보여드렸던 이미지가 장난기가 가득한 인물들이었다면 이번에는 그런 것들을 전부 빼고 담백하게 연기했어요. 몸은 좀 근질근질했지만 사실 제 모습과 많이 닮아 있는 부분도 있거든요”

김태균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영화 ‘봄, 눈’은 시한부 인생 판정을 받은 순옥(윤석화)이 가족과의 이별을 준비하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낸 영화다. 임지규는 영화에서 타지에서 직장인으로 일하다 엄마의 투병 소식을 듣고 달려온 아들 영재를 연기한다.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기에 로케이션 역시 실제 장소를 위주로 정해졌고 무작정 관객을 울리기 보다는 우리네 엄마의 모습을 담기 위해 노력했단다.

“저 역시 3년 전에 동생을 떠나보내야 했어요. 출연제의가 그때 들어왔다면 아마 하지 못했겠죠. 부모님이나 저나 웃는 날이 더 많아진 상태에서 함께 영화를 볼 수 있을 거 같아서 출연을 결심했어요. 감독님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저의 이야기 같기도 한 부분이죠”

마지막으로 임지규에게 앞으로 ‘봄, 눈’을 위해 영화관을 찾을 관객들을 위해 한마디를 요구했다. 그의 대답을 짧았다. “대단한 영화는 아니에요. 눈물이 펑펑 나오게 하려고 만든 영화도 아니죠. 하지만 ‘봄, 눈’은 가슴으로 쓴 영화고 누군가의 가슴을 울리기 위한 영화에요. 이미 제 가슴은 울렸어요. 다른 분들도 저와 같은 느낌을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임지규 “나는 웃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배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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