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미분양 아파트 밀어내기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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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아영 증권부 기자 youngmoney@hankyung.com
최근 한화건설은 경기 김포시 풍무지구에서 미분양 아파트 900가구를 대상으로 특별분양을 실시하면서 ‘계약금 안심보장제’를 실시했다. 입주 때인 2014년에 아파트값이 분양가보다 하락하거나 계약자가 환불을 원할 경우 위약금을 물리지 않고 계약금을 전액 돌려주겠다는 게 골자다. 소비자들로선 솔깃할 만한 조건이다. 2년 후 집값 하락에 대한 위험(리스크)을 건설사가 고스란히 떠안겠다는 취지이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미분양을 해소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분양가를 낮추는 것이지만 기존 계약자와의 형평성 문제, 낮은 분양가에 대한 수익성 부담 등이 있다”면서 “한화건설이 분양가를 내리지 않고 미분양을 해결하기 위해 이 제도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SK건설은 2009년 대구에서 비슷한 내용의 ‘안심보장계약제’를 실시했다. 당시 이 제도가 호응을 얻으면서 분양 경기가 침체된 대구에서 90%가 넘는 분양률을 기록했다. SK건설의 현금흐름은 좋아졌고, 미분양에 따른 대손충당금 적립부담도 줄었다.
문제는 지난해 입주 때 발생했다. 지난해에도 주택경기가 풀리지 않자 절반에 가까운 계약자가 입주를 포기했다. 계약 해지물량은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로 남았다. SK건설은 계약금과 중도금을 돌려주기 위해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발행해야 했다. 우발채무 부담이 커진 것은 물론이다. 분양 때는 좋았지만 2년 후 부담은 더 커진 셈이 됐다.
풍무지구에서 미분양 아파트의 특별분양을 실시한 것은 한화건설만이 아니다. 삼성물산 GS건설 대우건설 등도 미분양 아파트 판촉을 실시했다. 이들은 계약금 안심보장제 대신 분양가를 인하하는 전략을 취했다. 분양가를 3.3당 100만원 안팎 낮췄다. 한화건설과 달리 2년 후의 불확실성을 없애는 대신 당장의 수익금 감소를 선택했다고 할 수 있다.
어떤 건설사들의 전략이 옳다고 속단하기는 힘들다. 미분양 아파트 해소의 시급성과 현금흐름, 수익성, 부동산 경기 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전략을 구사했기 때문이다. 다른 점은 수익감소를 현재 확정하느냐, 미래로 넘기느냐의 차이다. 한화건설이 구사한 전략이 성공해 소비자도 좋고, 회사도 좋은 사례로 남았으면 한다.
윤아영 증권부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