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초소형 '귀하신 몸'…분양價의 2배
임대용으로 잠실 리센츠 전용면적 27㎡ 아파트를 사려던 정모씨(54)는 최근 매입을 포기했다. 4억원을 웃도는 집값에서 200만원만 낮추려고 집주인과 협의하다가 감정만 상해서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초소형 아파트 주인들이 매매가와 전·월셋값을 높게 부르고 있다”며 “매매가는 200만~300만원, 월세는 10만원 차이로 계약되지 않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물건은 한정돼 있는데 찾는 사람이 많아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분양가보다 두 배 이상 뛰어

전용면적 30㎡대 강남권 초소형 아파트가 ‘귀하신 몸’이 되고 있다. 하락세를 이어가는 중대형과 달리 강보합세를 유지하고, 오피스텔보다 나은 주거여건으로 임대수요가 뒷받침돼 인기를 지속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1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초소형 아파트가 있는 강남권 주요 단지는 잠실 리센츠 및 파크리오, 삼성동 힐스테이트 1·2단지, 역삼아이파크 등이다.

리센츠에는 전용 27㎡ 868가구, 파크리오에는 35㎡ 344가구, 삼성동 힐스테이트 1·2단지에는 26~43㎡ 372가구, 역삼아이파크에는 26㎡ 178가구가 있다. 2000년대 중반 재건축 당시 소형평형 의무비율을 맞추려고 지은 것들이다. 초소형은 동을 따로 배치한다. 리센츠는 243~246동, 파크리오는 101·102동으로 모두 지하철역과 가깝다.

리센츠 27㎡는 미분양으로 1억9000만원대에 선착순 할인 분양됐으나 현재 시세는 3억7000만~4억7000만원이다. 힐스테이트 전용 31㎡ 분양가는 2억2000만원대였으나 현재 시세는 4억4000만원이다. 리센츠 인근 88부동산의 김용태 대표는 “전용 85㎡는 8억1000만원으로 2년 전보다 2억원가량 떨어졌지만 27㎡는 강보합세”라고 전했다.

○수요 많아 인기 지속될 듯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리센츠 전용 27㎡ 거래 건수는 7건으로 전용 85㎡와 같다. 27㎡가 868가구, 85㎡가 3590가구임을 감안하면 거래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얘기다.

초소형 아파트는 임대용으로 사들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지마다 차이가 있지만 임대수익률은 연 4% 안팎으로 높은 편이 아니다. 파크리오 전용 35㎡ 매매가는 3억7000만~4억원, 임대료는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110만원대다.

그럼에도 초소형이 인기를 끄는 것은 수익형 부동산 인기와 함께 아파트의 쾌적함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오피스텔은 전용률이 낮고 ‘나홀로’ 건물에 있지만 초소형 아파트는 커뮤니티시설 주차장 등 아파트 단지의 편의성과 쾌적성을 누릴 수 있다. 오피스텔보다 감가상각이 덜하고 향후 시세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매수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강남권 초소형 아파트 인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고소득 직장인들의 임대수요가 받쳐주기 때문이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강남에서는 월세 150만원을 부담할 수 있는 임대수요가 많다”며 “수익형 부동산이면서 아파트로서의 가치도 있어 초소형 인기는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