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탈북자 문제' 외교압박 강화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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對중국 '조용한 외교' 성과 없어…中도 FTA·6자회담 걸려 부담
인도주의적 해결 전환점 삼아야
이상환 < 한국외국어대 국제정치 교수 leepol@hufs.ac.kr >
인도주의적 해결 전환점 삼아야
이상환 < 한국외국어대 국제정치 교수 leepol@hufs.ac.kr >
중국은 탈북자를 식량 유민 정도로 규정하고 있다. 중국이 국제적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탈북자를 강제 북송해 온 이유는 이를 난민으로 인정하면 감당할 수 없는 다수의 북한 주민이 중국으로 넘어와 북한 체제의 안정은 물론 북·중 관계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유엔 난민협약으로 각국은 난민이 그들 본국으로 강제 송환될 수 없다는 것에 동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법적 보호지침은 점차 이행하기가 어려워졌다. 오늘날 국제사회에서 난민 지위를 주장하는 사람의 수가 대략 1200만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탈북자 문제에 대해 이른바 ‘조용한 외교’ 기조를 유지해 왔다. 이는 중국에 대한 공개 압박보다는 조용한 타협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런 해결 방식은 실제론 도움이 되지 않았다. 2000년 발생한 탈북자 7명 북송 사건, 2004년 구류소 탈북자 강제 북송 사건, 2005년 중국 내 국제학교에 진입한 탈북자 강제 송환 사건 등 2000년 이후 중국의 일방적인 탈북자 문제해결 방식에 속수무책이었다.
지난달 중국에서 탈북자들이 공안당국에 체포돼 북송 위기에 처해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탈북자 문제로 인해 남북한과 중국 및 미국이 외교적 불협화음을 표출하고 있다. 이에 대한 우리의 전략적 선택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과거처럼 조용한 외교로 중국과 타협해 임시방편의 해결을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국제기구와 미국 등 주요 국가의 외교적 압박을 동원해 중국의 태도 변화를 장기적으로 모색하는 것이다.
최근 중국 내 탈북자 문제를 다루는 우리 정부의 자세가 과거 ‘조용한 외교’에서 ‘외교적 압박’으로 바뀐 것은 탈북자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고 1회성 대응으로는 해결이 안된다는 인식에 기인한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정부 내에서 탈북자 강제북송은 인도주의적인 사안으로 국제사회를 통한 압박이 계속되면 중국이 결국 양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를 우려하는 사람들은 중국에 대한 외교적 압박 수위를 조절하며 단계적으로 중국의 태도 변화를 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중국은 북한의 정권교체기에 북한의 체제 안정을 도와줌으로써 북·중 관계를 공고히 하고자 한다. 난민 인권탄압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써도 외교적 실리가 중요하다는 판단에서 한국 및 국제사회와의 마찰을 감수하는 것이다. 하지만 동북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한 중국의 외교적 목표에 이는 부정적인 결과를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과의 마찰은 한·중 FTA 등 한·중 간 각종 외교적 사안과 6자회담에서 중국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최근 북·미 간 회담에 따른 식량지원 문제로 북한이 강경한 입장을 보이기 힘든 상황에서 중국이 외교적 부담을 모두 감당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
게다가 한국과 미국은 대통령선거를 치르는 해이고 북한 문제는 선거전에서 하나의 변수로 작용하게 된다. 여론의 향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탈북자 문제의 인도주의적 해결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없을 것이다. 한국과 미국 정부가 외교적 압박을 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중국이 북·중 관계를 고려해 이 모든 것을 감수하는 것이 점점 쉽지 않은 형국이다.
그동안 탈북자 강제 북송에서 보듯 중국은 난민에 대해 보편적 인권을 강조하는 국제사회의 인식과는 거리가 먼 나라다. 지금은 중국의 태도 변화를 가져오기 위한 우리 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더욱 요구되는 시점이며, 이번 사건으로 탈북자 문제 해결방식의 전환점을 마련해야 한다.
이상환 < 한국외국어대 국제정치 교수 leepol@hufs.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