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26일 핵안보정상회의가 분수령 가능성"

이란 핵 문제를 둘러싼 주변국들의 갈등이 지속돼 국제유가가 당분간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도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불확실성이 크게 증가했다"면서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시했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이 당분간 멈추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7일 한국석유공사와 국제금융센터의 통계를 보면 지난 5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0.02달러 상승한 106.72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30일 98.83달러에 비해 무려 8%나 올랐다.

런던 ICE 선물시장의 브렌트유 역시 배럴당 0.15달러 상승한 123.80달러에 거래돼 같은 기간 15%나 뛰었다.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두바이유 가격은 121.09달러로 전일 대비 배럴당 1.16달러 내렸지만 지난해 말일보다는 15%가량 올랐다.

월별 평균 역시 두바이유 현물 기준으로 지난해 12월에는 평균 105.51달러, 올해 1월은 109.52달러로 계속 치솟았다.

2월에는 무려 116.18달러까지 올랐다가 3월 현재 평균 120.99달러로 120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작년 12월 평균보다 14%가 뛰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국제유가에 정부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기획재정부는 6일 내놓은 '2012년 3월 경제동향'(그린북)에서 "유럽 재정위기와 세계경제 둔화 가능성 등 대외 불안요인이 지속되며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불확실성이 급증했다"며 "경기회복과 물가안정을 위한 정책대응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고용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고 주요 실물지표가 계절적 요인으로 개선됐지만 유가 상승이 물가에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휘발유가격이 상승하며 자동차와 차량 연료를 등을 중심으로 소비가 위축될 가능성에 주목했다.

같은 날 한국석유공사는 지난 2월의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이 ℓ당 1천986.54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월간 평균 가격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다.

전문가들은 이란을 둘러싼 지정학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당분간 고유가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성근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벤야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미국 방문에 대한 기대도 있지만 이라크, 시리아 등 주변국들이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라며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의 석유 수요 역시 여전하거나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뉴욕 선물시장의 선물 매수를 살펴보면 경제 흐름에 민감한 투기자본들이 원자재로 몰리는 등 원유 선물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어 상반기 중에는 유가가 내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화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현재의 고유가는 글로벌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이란 경제제재와 같은 지정학적 위험에 시장이 선제대응한 것"이라며 "언제든 호르무즈 해협이 막혀 석유 공급이 중단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유가가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오는 26일로 예정된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전후로 이란 핵 문제의 결론이 날 가능성이 있다"며 "그렇게 된다면 그 시점을 기준으로 유가의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bang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