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日 지진 여파 '현재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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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석 도쿄 특파원 yagoo@hankyung.com
지바현에 사는 주부 나오키 씨는 작년 여름 첫째딸 학교에 급식당번으로 갔다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식재료 중 일부의 원산지가 원전사고 인근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 도시락을 싸기 시작했다. 나오키 씨는 “요즘 들어선 딸 아이의 친구들도 여럿 도시락을 싸 오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3·11 대지진’이 휩쓸고 지나간 지 1년 가까이 지났지만 일본인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우선 먹거리가 걱정이다. 후쿠시마 사고 원전에서 방출된 세슘의 양은 1만5000테라베크렐(원자력안전보안원 추정). 2차 세계대전 때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약 170개 분량이다. 사고 원전에서는 요즘도 매일 시간당 6000만~7000만베크렐의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고 있다. 농작물 오염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원전사고가 터진 후쿠시마현과 인근의 미야기현은 물론 수도권인 가나가와와 이바라키 지바 등에서 생산된 찻잎과 소고기 쌀 채소 등에서도 이미 기준치 이상의 세슘이 검출됐다.
도쿄 인근 사람들에겐 ‘직하(直下)형 지진’이 터질지 모른다는 걱정도 추가됐다. 대지진 발생확률이 ‘4년 내 70%’라는 도쿄대 지질연구소의 최근 발표가 불안의 기폭제로 작용했다. 해저가 아닌 육지에서 발생하는 직하형 지진은 수평보다 수직 진동이 심해 상대적으로 큰 피해를 낳는다. 기업들은 전력난에 대한 걱정이 크다. 다음달 하순이 되면 일본 전역에 있는 54기의 원자력발전소가 정기점검을 위해 모두 멈춰서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올 여름 혹서기에 전국에서 9.2% 정도의 전력이 모자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부에 대한 신뢰도도 크게 떨어졌다.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던 농작물에서 줄줄이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고, 최근엔 후쿠시마 원전의 노심용융 상황을 두 달이나 숨겨왔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지진 피해 지역의 복구도 더디기만 하다. 일본의 불안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안재석 도쿄 특파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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