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애플 vs 파나소닉
예전에는 집안 어른들이 대사(大事)를 결정할 때, 무속인을 찾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가령 이사를 가려고 할 때면 무속인은 “서쪽으로 가면 안 되고 동쪽으로 가라”라는 식의 결론을 내려준다. 하지만 지구가 둥글다는 과학적 사실을 고려한다면, 무속인의 조언은 그리 믿을 게 못 된다. 타원형의 지구에서 계속 동쪽으로 간다면, 언젠가는 가지 말라는 서쪽에 도달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둥근 지구를 두고 ‘세계는 평평하다(The World is flat)’고 주장한 인물이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이다. 그는 2005년 비즈니스 환경을 ‘세계는 평평하다’는 책에서 설명했다. 평평함의 대표적인 사례가 인도와 필리핀에 있는 글로벌 기업의 콜센터다. 미국에서 콜센터에 전화를 하면, 그들이 상대하는 사람들은 미국인이 아닌 인도인과 필리핀 사람이다. 이처럼 국가 간 경계를 넘어 동시(同時)적 삶을 사는 게 평평한 세계화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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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적인 삶은 국가 간의 일자리 경쟁을 낳는다. 일국(一國)적 범주를 벗어난 일자리를 둘러싼 자리다툼이 일반화하는 것이다. 이런 변화가 우리 아이들의 삶에 어떤 의미를 주는지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온 나라가 자녀의 미래를 위해 과도한 사교육비를 투입하고 있는 현실에서 과연 현재 방식이 우리 아이들의 삶에 안전판을 제공할 수 있는지를 따져보는 것은 매우 중차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소니, 파나소닉, 샤프 등 일본 가전 3사는 한때 전 세계 전자산업을 호령했다. 이들의 올해 손실 규모가 총 2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1970~1980년대 ‘메이드 인 재팬’은 ‘품질 보증수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손실 규모는 그야말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애플의 직원 수는 파나소닉의 4분의 1 정도밖에 안 되는 5만명이지만 애플의 기업 가치는 550조원으로 파나소닉보다 20배나 많다. 종업원의 숫자나 기술력이라는 전통적 경쟁력만으로는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우리가 원하는 아이들의 미래는 평평한 세계에서 경쟁력 있는 인재로 성장하는 것이다. 더 이상 표준화한 교육으로 평범한 인재가 되는 삶을 살도록 해서는 안 되고 창의적인 존재로 키워야 한다. 현대 심리학이 조언하는 바는 인간의 창의성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때 극대화된다고 한다. 창의성의 원천은 호기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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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난아이들은 엄청난 호기심을 보이며 성장한다. 이 호기심이 성인이 돼서도 유지될 수 있도록 기성세대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평평한 세계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갓난아이와 같은 호기심과 창의적인 생각이다. 둥근 세상에 살면서 평평한 세계에 삶의 기반을 두고 있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오늘은 퇴근길에 지구본 하나를 장만해 아이들과 그들의 미래에 대해서 대화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조웅기 <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 cho@miraeasset.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