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상품 홍수속 상품의 옥석을 가리는 안목 키워야"
“금융회사 정보와 금융상품만을 맹신하고 투자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주가연계증권(ELS),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소규모 사모투자펀드(PEF) 등 부자들을 유혹하는 상품들이 봇물처럼 출시되고 있다. 윤태웅 신한은행 프라이빗뱅킹(PB) 여의도센터장은 “많은 상품들이 소비자보다는 회사에 유리한 구조로 만들어졌을 수도 있고 고객에게 불리한 정보를 감추고 있을 수도 있다”며 “이런 때일수록 상품의 옥석을 가리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가령 ELS 같은 상품은 금융회사와 고객들이 하는 ‘내기’에 가깝다. 현명한 고객일수록 상품 개발자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 내기에서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윤 센터장은 대신 "상품 구조에 대해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은행 PB팀장들과 면밀한 상의를 한 후 상품에 가입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윤 센터장은 국내 대표적인 금융상품 개발자로 꼽힌다. 은행권 처음으로 출시된 주가지수연동예금(ELD) 골드뱅킹 월복리적금 자동차대출 등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쳐 나왔다. 신한은행이 먼저 치고 나가 다른 은행들이 벤치마킹한 히트 상품들이다. 히트 상품 제조기로 통하던 그가 PB 고객에게 전하는 ‘지혜로운 금융 상품 쇼핑법’은 무엇일까.

○ELS 선택, 기초자산이 중요하다

윤 센터장은 “ELS 가운데 기초자산에 대한 정보를 구하기 쉽지 않은 것이 있는데 이런 상품은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정확하게 기초자산을 측정할 수 있는지가 ELS 선택의 기준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과거 인기를 끌던 물산업 관련 ELS, 녹색성장 산업이나 농산물, 천연자원 관련 ELS 등이 그것이다. 모두 기초자산이 무엇인지 뚜렷하지도 않고 이를 수치화하기도 곤란한 상품들이다. 그는 “많은 금융회사에서 과거 데이터를 근거로 미래에도 같은 방향으로 오를 것이라고 홍보하지만 이를 그냥 믿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원자재 펀드도 마찬가지다. 다만 금값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면서 금산업 관련 펀드, 금 상장지수펀드(ETF), 골드지수 연동예금 등에 대해서는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윤 센터장은 “금은 기관투자가에는 안전자산이나 개인에게는 위험자산”이라며 “글로벌 유동성이 넘쳐나고 있는 상황에서 금의 변동성이 너무 커졌다”고 진단했다. 변동성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 확률도 높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러한 장에서는 단기적인 매수와 매도 전략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채권, 사모펀드 고르는 법

신용등급이 높다고 무조건 좋은 채권은 아니다. 윤 센터장은 “채권 자체의 신용등급도 중요하지만 신용 보강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요즘 인기있는 연 4% 금리의 건설사 프로젝트 파이낸싱(PF) ABCP는 증권사의 ‘조건부 매입 보장’과 시공사의 ‘신용 보강’을 꼭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증권사의 조건부 매입 보장이란 채권이 시장에 제대로 유통되지 않을 경우 발행기관인 증권사가 대신 채권을 사주겠다는 옵션이다. 금융시장에 패닉이 와도 인수처가 확실하기 때문에 채권값이 폭락할 위험은 없다.

이 외에도 어떤 사업을 기초로 했는지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채권의 기초자산이 사업성이 떨어지는 지방 중소도시의 아파트 PF 사업장이라면 가급적 투자를 피해야 한다. 그는 “과거 많은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안긴 LIG건설의 기업어음(CP)도 사실 증권사와 건설사 어느 곳도 신용 보강이 없어서 리스크가 굉장히 컸던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소규모 PEF의 경우 “기초자산 가격이 시장에 의해 크게 흔들릴 수 없는 것을 선택하라”고 조언했다. 예컨대 기초자산이 코스피 등 지수와 대기업 개별 주식으로 구성돼 있다면 가장 위험한 사모펀드 가운데 하나다. 윤 센터장은 “일반적으로 안정적인 지수도 작은 개별 주식의 변동성이 섞여 있으면 크게 변동할 가능성이 높다”며 “되도록이면 코스피 항셍지수 등 종목이 아닌 지수만으로 구성된 사모펀드에 투자하라”고 권유했다.

○‘단신’에 사고 ‘1면’에 판다

윤 센터장은 경제신문을 활용한 투자 전략도 소개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단신 기사가 나올 때 해당 기업의 주식을 사고, 1면 기사가 나올 때는 이를 팔라”고 조언했다.

또 경제신문에서 단순한 금융상품 기사보다 경제정책 기사를 주의깊게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가령 최근 소득세 증세와 관련해 여야가 일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치자. 그는 “앞으로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 하향, 소득세 구간 증가’가 예상된다”며 “기존 금융상품의 절세 혜택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윤 센터장은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이 유일하게 보험상품에 비과세 혜택이 있고 이런 혜택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며 “절세를 위해서는 즉시연금과 저축보험에 서둘러 가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향후 수출 위주의 경제정책이 내수 위주로 바뀌고 일본이 엔저 환율 정책을 강화할 경우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칠년지병구삼년지애(七年之病求三年之艾)’라는 말이 부자가 되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7년간 병을 앓은 아버지를 치료할 ‘3년 묵은 쑥’을 찾으러 3년을 돌아다녔지만 찾지 못해 결국 3년 전부터 쑥을 찾지 않고 말려뒀다면 더 빨리 병을 낫게 할 수 있었을 거라는 후회를 비유한 말이다. 그는 “단기 성과에 따라 상품이나 은행을 바꾸기보다는 원칙을 세워 차근차근 참을성 있게 투자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