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2시께 서울지하철 1호선 시청역 5번 출구 앞 서울광장. 개포지역 주민들을 실은 관광버스 10여대가 잇달아 도착하면서 서울시의 재건축 정책에 항의하는 대규모 규탄 집회가 붐비기 시작했다. 재건축연합회 측은 3000여명(경찰 추산 1500명)이 참가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날 강남주민들의 대규모 집회는 서울시에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어 소형 아파트 공급확대를 둘러싼 주택정책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왜 개포만”…주민들 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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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포 주민들 서울광장서 대규모 시위 "재건축에 정치이념 강요…이젠 못참아"
집회에 참가한 개포주공1~4 및 개포시영 단지 주민들은 ‘시장마다 바뀌는 주택정책 이제는 못참겠다’ ‘아빠 내 방이 필요해요…재건축 되면 해줄게’ 등 소형 주택 확보를 요구한 서울시를 비난하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장덕환 개포지구 재건축추진위 연합회장은 “서울시 도시계획조례가 정한 소형평형 의무비율 20%를 지키고 그 외의 평형 선택권은 주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며 “박원순 시장이 자신의 정치 이념을 개인의 재산과 재건축에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4개 단지 대표들과 함께 촉구대회 단상에서 삭발했다.

개포지구 주민들은 고덕지구나 가락시영 둔촌아파트 등 강남 다른 지역 재건축 단지와의 형평성 차원에서 도시계획조례가 정한 20% 비율을 준수한 기존 재건축 계획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개포주공2단지 주민 이모씨는 “서른셋에 입주해 환갑이 넘었으니 30여년을 16평(54㎡)짜리에서 산 셈”이라며 “헌 집을 헐고 내 돈으로 새 집을 짓겠다는 데 서울시가 소유자의 의견을 이렇게 무시하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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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포주공1단지 주민 최모씨는 “1단지에서 제일 넓은 평수가 18평(60㎡)인데 또 18평 이하를 절반 지으라면 말이 안된다”며 “20년간 재건축만 바라보고 살아온 주민들의 인생과 재산을 박 시장이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집회를 마치고 서울시청 서소문별관을 방문한 개포재건축연합회로부터 시장 면담 요청서를 전달받고 “주민의견을 청취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서울시 “소형 확대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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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현재 소형 아파트 일색인 개포지구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소형 아파트 비중을 일정 부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에도 개포주공2~4단지, 개포시영 조합을 상대로 부분임대를 도입할 것을 요구했다.

개포지구 재건축 조합 및 추진위들은 서울시 요구대로 소형 아파트를 최대 50%까지 늘릴 경우 일부 조합원들조차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을 배정받을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 추진위 관계자는 “이미 정비계획안에 소형 아파트를 20%가 아닌 32%를 배정했다”며 “소형을 더 늘리면 일부 조합원들이 원하는 평형을 배정받지 못해 주민 동의를 얻기 힘들고, 조합설립도 힘들어진다”고 지적했다.

개포지구 연합회 측은 “단지별 상황이 다른 만큼 획일적인 소형 아파트 확대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서울시가 어떤 절충안을 제시한다고 해도 기존안을 고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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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주택정책실 관계자는 “많은 전문가들이 고층·고밀화 일변도인 재건축·재개발 정책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며 “개포지구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을 예정”이라고 답변했다.

문혜정/박한신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