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독감(毒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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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당시 인구의 38%인 758만명의 독감 환자가 발생해 14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무오년 독감’이다. 이는 역사상 가장 치명적이었던 스페인 독감에서 비롯됐다. 불과 2년 새 2500만~5000만명(일부 추정은 1억명)이 사망해 사상 최대의 의학적 홀로코스트로 불린다.
스페인 독감은 1차 대전 막바지에 미국 유럽을 비롯 아시아 아프리카, 심지어 북극과 태평양 섬들까지 퍼졌다. 1차 대전 사망자(900만명)의 3~5배가 독감으로 죽은 것이다. 스페인 독감이란 이름은 비참전국인 스페인에서 전시 보도통제가 없어 자주 보도된 때문이며 발원지와는 무관하다고 한다.
독감을 뜻하는 인플루엔자(influenza)는 이탈리아어 ‘인플루엔자 델 프레도(감기의 영향)’란 말에서 유래했다. 2400년 전 히포크라테스가 인간의 독감 증상을 명확히 기록했을 정도로 뿌리가 깊다. 근래 들어 1957년 아시아 플루, 1968년 홍콩 플루에다 최근엔 신종 플루(SI) 조류 독감(AI)이 수시로 유행한다. 치명성은 예전보다 많이 낮아졌다지만 미국에서조차 연간 5만6000명이 독감과 폐렴으로 사망하는 실정이다.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다. 독감을 흔히 ‘독한 감기’ 정도로 여기지만 감기와는 원인 바이러스가 전혀 다른 질병이다. 독감 바이러스는 A형(고병원성), B형(약병원성), C형(비병원성)으로 나뉜다. 주로 문제가 되는 게 A형이다.
단백질 결정체인 바이러스는 형태가 다양하고 변이가 심해 완전한 예방백신이나 치료제는 개발되지 못하고 있다. AI 바이러스만 해도 외피단백질에 따라 H형 16가지, N형 9가지 등 총 144가지 조합이 가능하다. 신종 플루는 H1N1, 고병원성 AI는 H5N1으로 분류된다.
요즘 계절성 독감(H3N2)이 기승이다. 독감은 2월 하순이면 수그러드는 게 보통이지만 올해는 4~5월까지 갈 것이란 예상이다. 근육통으로 온몸이 쑤시고 고열이 나며 기침이 2~3주간 오래 가는 게 특징이다. 유독 청소년층 발병률이 높아 개학을 앞두고 걱정이다.
독감 예방접종도 성공률은 60%에 그친다고 한다. 평상시 신체 보온과 과로에 신경 쓰고, 손을 자주 씻고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개인 위생을 충실히 하는 게 최선의 예방책이다.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