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사람 잡는 민주당 국민경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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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란 정치부 기자 why@hankyung.com
4·11 총선에 출마하는 한 민주통합당 예비후보가 국민경선을 놓고 한 말이다. 그는 2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누가 선거인단을 많이 모집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리게 돼 있는데 나라고 가만히 있을 수 있느냐”며 “이렇게 동원선거를 할 거면 뭐 하러 국민경선을 하느냐”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며 추진하는 국민경선제가 과열경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26일 광주 동구에선 후보자 선거인단 모집 과정에서 대리등록 혐의를 받던 한 사람이 투신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중앙당에는 벌써 대리접수, 문자메시지를 통한 불법선거운동 관련 신고가 10여건 접수된 상태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주차장에 세워진 차량에 남겨진 전화번호를 수집해 일일이 전화를 돌리며 선거인단 등록을 독려하는 후보자도 있다”고 전했다. 전화번호 목록을 사고파는 일도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인단 모집이 이처럼 과열된 것은 국민경선에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기 어려운 구조 때문이다. 현행 선거법상 각 정당은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유권자의 개인 정보를 활용할 수 없다. 때문에 민주당은 유권자의 신분확인을 위해 민간 신용평가회사에 주소지 확인을 의뢰하고 있다. 평가회사에 등록된 주소와 일치하지 않은 경우엔 주민등록초본을 별도로 제출해야 한다. 이런 번거로움 때문에 일반 시민들의 참여는 저조하다. 결국 동원선거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실질적인 효과도 적다. 민주당 선거인단 신청자는 100만명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단수후보 공천지역을 빼면 실제 민주당 국민경선에 참여하는 유권자는 절반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 참여율은 적은 데도 경비는 여론조사에 비해 많이 든다. 그만큼 후보자들의 부담도 가중된다. 정치신인들은 “조직과 돈이 없으면 선거에 나가지 말라는 것이냐”는 볼멘소리를 한다.
강기정 민주당 의원조차 “선관위 를 활용해 합법적으로 선거인단을 모집할 수 있었다면 투신자살 같은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과열이 뻔한데도 무리하게 추진한 당 지도부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투신자살 사태에 대해 한명숙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가 비난의 화살을 피하긴 어려울 듯하다.
허란 정치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