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약회사인 로토제약은 2년 전 색상이 가미된 립크림을 동남아시아에 출시, 대박을 터뜨렸다. 당시 베트남 방글라데시 등에서 립스틱의 개당 가격은 500엔(7000원) 정도였다. 로토는 입술 보호에 립스틱 효과까지 나는 제품을 절반 가격에 내놨다. 마진을 최대한 줄여 시장에 진입한 것이다. 지난해 로토는 동남아 매출 상승에 힘입어 전년보다 10% 늘어난 220억엔(3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소프트한 상품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한 사례다. 전자산업 등 제조업이 휘청거리자 소프트산업에서 출구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본 내에서 나오고 있다.
○라이선스 사업으로 승승장구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7일 “지난해 일본은 31년 만의 무역적자를 냈다”며 “이젠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고 수익도 낼 수 있는 ‘소프트상품’ 사업에 주목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일본 기업의 힘을 강화하기 위한 방도로 소프트파워를 제시한 것. 신문은 헬로키티를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고양이 모양의 캐릭터 ‘헬로키티’로 잘나가던 산리오는 2005년 접어들면서 침체의 늪에 빠졌다. 회사 창립 이듬해인 1975년에 내놓은 헬로키티 브랜드의 인기가 세월이 가면서 시들해졌기 때문이다. 직영점에서만 제품을 취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2008년 산리오가 영입한 미쓰비시상사 출신의 하토야마 레히토(鳩山 玲人)가 이 상황을 반전시켰다. 그는 키티처럼 전 세계 어린 아이들에게 잘 알려진 일본 브랜드는 없다고 판단했다. 하토야마는 해외 유명 제조업체, 유통업체 등에 헬로키티 캐릭터 라이선스를 제공해 매출을 확대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디자인도 새롭게 바꾸자고 제안했다. 산리오는 그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대신 매장 수를 줄여 임대료 등 고정비 지출은 최소화했다. 세계 라이선스 계약처를 통한 판매가 늘어나면서 매출이 회복됐다.
최근에는 115년 전통 오스트리아 크리스털 브랜드인 스와로브스키, 스위스 고급시계 메이커 스와치 등과도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산리오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있는 기업은 4년 전보다 두 배가량 늘어난 800여곳에 달한다.
지난해 해외 라이선스에 따른 매출은 전체의 70%를 차지했다. 제품 회사에서 라이선스 회사로 변신한 셈이다. 산리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21% 증가한 181억엔(253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약세였던 IT 부문도 활약
니혼게이자이는 정보기술(IT) 부문에서는 일본 최대 온라인쇼핑몰 라쿠텐(樂天)의 성장 과정을 연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라쿠텐은 1997년 설립됐다. 당시 판매액은 32만엔에 불과했다. 그러나 2007년 5000억엔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 연간 총거래액 1조엔을 넘어섰다. IT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는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에 잘 팔릴 만한 중저가 제품을 매주 내놓은 전략이 적중한 것이다.
요리전문 웹사이트인 ‘쿡패드’도 소프트 시장을 개척한 사례로 꼽혔다. 이 회사는 지난해 9월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인 페이스북의 전략적 파트너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