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볼썽사나운 의석수 늘리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남윤선 정치부 기자 inklings@hankyung.com
헌법재판소가 “지역구 간 인구 편차가 세 배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판결을 내린 이후 여야는 선거구 조정을 위한 힘겨루기를 계속해왔다. 인구가 많은 경기도 파주와 강원도 원주를 분구하고 세종시를 추가하는 ‘+3’안에는 합의했지만 3곳을 줄이는 게 문제였다.
민주통합당은 “인구 수가 적은 순으로 경상도에서 2곳, 전라도에서 1곳을 줄이자”는 입장을 고수했고, 새누리당은 “경상도·전라도·수도권에서 각각 1곳씩 줄이자”며 맞섰다. 자신들의 ‘텃밭’에서 의석 수를 줄이지 않으려는 꼼수다. ‘어디서 한 석을 더 줄일 것인가’에 대한 싸움이 계속되자 선거 준비로 다급해진 선관위가 직접 나서 특례조항을 들고 나온 것이다. 아예 의석 수를 늘리는 안을 내놓은 것이다.
여야는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민주당 관계자는 “선관위가 총대를 메줬다”며 “여론만 괜찮다면 영·호남 1석씩 줄이는 안을 수용할 수 있다”고 했다. 새누리당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선관위의 안을 여야가 조만간 수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번 중재안은 사실상 여야가 선관위를 압박해서 나온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선관위는 22일까지 재외국민 선거인단 명부를 작성해야 한다. ‘4·11 총선거’ 후보자 등록도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더 늦어지면 정상적으로 선거를 준비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어쩔 수 없이 여야가 거절하기 힘든(?) 안을 가져올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국민은 어디에서 선거구가 늘어나고 줄어드는지에 큰 관심이 없다. 정해지는 대로 자신의 지역을 잘 이끌 사람에게 투표하면 그만이다. 국회의원 1명이 늘면 최대 9명의 보좌진에 대한 급여 등 연간 수억원의 돈이 더 든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 여야는 선거일정을 담보로 ‘치킨게임’을 벌여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는지 몰라도, 더 중요한 민심을 잃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지 궁금하다. 정쟁으로 허송하다 밥그릇에 야합하는 정치권에 돌아갈 건 국민의 혐오뿐이다.
남윤선 정치부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