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관리공사(캠코)가 기획재정부로부터 기관경고를 받았다. 재정부가 지난해 실시한 감사에서 국유재산 관리가 엉망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데 따른 조치다. 감사결과 국유재산을 제때 등기하지 않거나 무단 점유자에게 변상금을 부과하지 않았던 사례가 수두룩하고 심지어 매각대금을 다 받지 않고 소유권을 넘겨준 사례까지 있었다고 한다. 더욱 황당한 것은 캠코의 변명이다. 일이 너무 많아 재산 관리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런 캠코를 믿고 일을 맡긴 재정부로서는 질타할 말도 찾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맞는 답변이다. 캠코는 지금 하는 일이 너무 많다. 외환위기, 카드대란, 글로벌 금융위기 등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업무가 늘어났다. 지금은 공자금 회수를 위한 금융회사 부실자산 처리, 기업 구조조정, 국공유재산 관리에서부터 금융소외자 신용회복 지원, 은행 채권 추심까지 맡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세청으로부터 장기체납 국세 징수 업무까지 따냈다. 민간 추심업체들에 뒤지지 않는 충분한 전문인력과 조직을 갖고 있다고 큰소리를 쳐서 따낸 일감이다. 캠코의 근거법인 ‘금융회사 부실자산 등의 효율적 처리 및 한국자산관리공사의 설립에 관한 법’ 제1조(목적)에서 금융회사 등의 부실자산 정리를 촉진하고 부실징후 기업의 경영정상화 노력을 지원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지금은 본업과 부수업무를 분간할 수 없을 정도다. 임직원 수가 1170명이나 되지만 이렇듯 하는 일이 많다 보니 주업무인 국유재산관리가 부실했다고 해도 놀라울 게 없다.

ADVERTISEMENT

캠코만 그런 것도 아니다. 정부 부처와 공기업마다 어떻게 해서든 권한은 지키고 일감은 늘리려고 안간힘을 쓴다. 아무리 사소해도 권한과 업무를 떼주면 조직이 무너질 것처럼 여기는 밥그릇 의식이 팽배하다. 내년 새 정부가 들어서면 정부조직개편 얘기가 나올 것이니 이에 대비해 무한정의 일감을 확보해두려는 의도다. 이러는 사이에 공공부문의 인력은 갈수록 늘어나고 조직은 비대해져 신의 직장은 튼튼해져 간다.

정부든 공기업이든 민간이 할 수 있는 사업은 민간에 넘겨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다. 실로 고질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