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첫 사전경보체계 보고서(AMR)'에서 지적

유럽연합(EU) 국가 가운데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등 12개국이 경제위기 재발에 취약한 상태라고 EU 집행위원회가 지적했다.

집행위는 17일 처음으로 발간한 '사전경보 체계 보고서(AMR)'에서 12개국이 공공부채와 경쟁력 부족 등으로 인해 새로운 경제위기가 발생할 위험을 안고 있다고 평가했다.

집행위는 이 12개국의 거시경제 정책 등에 대해 "심도있고 철저하게" 추가 검토할 것이라면서 그 결과 "이 나라들의 경제에 불균형이 존재하고 그것이 해로운 것이라는 것이 판명될 경우" 이를 시정하기 위한 조치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AMR은 유로존 위기가 심화되자 회원국 경제에 대한 사전ㆍ사후 감독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발효된 일련의 규정에 따라 도입된 것이다.

집행위는 보고서에서 주택가격과 민간 부채, 공공재정 적자, 수출실적 등 10 가지 지표에 근거해 경제 건전성을 평가했다.

27개 회원국 가운데 이미 구제금융 프로그램에 따라 별도 관리되고 있는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루마니아, 라트비아 등 5개국은 평가 대상에서 제외됐다.

나머지 22개국 가운데 벨기에, 불가리아, 키프로스, 덴마크, 핀란드, 프랑스, 이탈리아, 헝가리, 슬로베니아, 스페인, 스웨덴, 영국 등 12개국의 경제에 `빨간 불'이 켜진 것으로 평가됐다.

집행위가 추가 검토를 통해서도 이러한 경고를 했는데도 이를 수용해 개선조치를 취하지 않는 회원국에 대해선 소위 `거시경제적 불균형 절차(MIP)'가 시작될 수 있다.

이 경우 2014년부터 EU의 낙후지역 개발 기금을 받지 못하는 등 여러 불이익을 받게 된다.

최근 언론에 유출된 보고서 초안엔 이탈리아, 스페인, 헝가리, 키프로스 경제는 개선 조치가 `시급한 사례(pressing cases)'로 분류되는 등 위험의 종류와 정도에 따라 범주가 달랐다.

그러나 최종 발표된 보고서에는 덴마크와 스웨덴의 주택거품과 민간부채 증가가 이탈리아의 과중한 공공채무보다는 문제가 덜하지만 큰 틀에선 마찬가지로 평가돼 12개국 모두 심도 있는 추가 검토가 필요한 나라로 분류됐다.

이와 관련해 이탈리아의 일 솔레24는 지난주 "EU 집행위원 출신인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가 옛 동료 위원들에게 이탈리아의 국채 매각을 앞두고 발언 수위를 낮추도록 압력을 가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한편, 이번 보고서는 2010년까지의 데이터에 근거해 최신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 한계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보고서가 재정과 무역의 적자에만 초점을 맞추고 흑자 부분은 도외시하고 회원국 간 불균형은 다루지 않아 형평에 어긋난 보고서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독일 녹색당 소속인 스벤 기콜트 유럽의회 의원은 "집행위가 흑자국가들에 대해서는 한 눈을 감고 있다"고 꼬집었다.

기콜트 의원은 "유로존이 계속해서 어려움을 겪는 원인 중 하나는 핵심국가와 말단국가 간 불균형"이라면서 "적자국과 흑자국 간 불균형을 개선하지 않으면 유로존을 안정시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독일 등 핵심 국가들이 말단국가들에 대해 무역 등 여러 분야에서 큰 흑자를 내며 EU 통합과 단일 시장의 큰 혜택을 보면서도 만성적 무역역조 구조 등의 개선은 도외시한 채 채무와 긴축에만 초점을 맞춘다는 불만의 표현이다.

이에 대해 보고서 책임자인 올리 렌 경제ㆍ통화 담당 집행위원은 첫 보고서에선 일단 재정적자와 경쟁력에 초점을 맞췄다면서 "앞으로 흑자와 관련한 구조적 요인 등 다각도로 평가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브뤼셀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