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지 표시 위반 공표하는데 … 시민은 몰라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지난달 26일부터 원산지 표시 위반 업체를 인터넷에 공표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시민들은 여전히 이를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샤브샤브 음식점은 지난달 3일 수입쌀 원산지를 국내산으로 거짓 표시했다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표시 변경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15일 오후 3시께 이곳을 찾은 고객 가운데 처분 사실을 아는 소비자는 없었다. 건물 관리자에 따르면 이 업체는 위반 사실 공표 이후에도 꾸준히 손님을 끌어 모으고 있다.

강남구 역삼동의 한 중국음식점도 배추김치를 국내산으로 속여 팔다 지난해 11월 적발됐다. 이후 중국산으로 표시를 변경했다. 맛집으로 소개되기도 했던 인근의 모 삼겹살 구이점은 갈비·돼지고기·삼겹살 등의 원산지 표시를 위반해 칠레산 등으로 변경했다. 이날 저녁 7시께 두 음식점을 찾았지만 위반 사실을 아는 소비자는 없었다.

친구들과 저녁 메뉴로 삼겹살을 고른 조씨(34·회사원)는 서울시의 위반정보 공표에 대해 “전혀 몰랐다” 면서 “원산지를 제대로 변경했더라도 (과거 위반사실을) 알았다면 찾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산지 표시 위반 영업소로 이름을 오른 업체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에 공표됐다고 해도 그것으로 손님이 특별히 줄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원산지 표시 위반정보 공표는 해당 업체에 대한 징벌적 성격이 강하다. 표시를 변경해도 1년간 관할 시·군·구 홈페이지와 식품안전정보 사이트에 위반 사실이 공개된다. 올 1월 개정된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에 따른 것이다. 지자체 및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강화된 위반정보 공표가 매출과 직결돼 업주들의 경각심을 환기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음식점을 찾는 시민들은 이런 사실을 알지 못해 일부 업소들은 여전히 성업 중이다. 게다가 거짓으로 표시됐던 원산지가 어디인지 공개되지 않아 공표를 열람했더라도 소비자가 정정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공표 기간이 1년이다 보니 다른 상호로 바뀌거나 폐점한 업체도 여전히 목록에 올라있다.

이에 대해 천소영 서울시 식품안전과 주무관은 “과태료 부과 및 고발과 별도로 한 번 점검한 업소는 재적발보다 사후 관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원산지관리과 관계자는 “시스템에서 자동적으로 등록되는 것이어서 일일이 관리하긴 힘들다” 며 “신고가 들어오거나 단속 기간이 되면 특별단속을 나가 점검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값싼 외국산 농산물이 국산으로 둔갑하는 등 부정 유통이 늘어남에 따라 1991년 7월 ‘대외무역법’ 상에 농산물 원산지표시 제도를 도입했다. 이후 '농수산물 품질관리법'을 1999년 제정했다. 농수산물 원산지표시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위반정보에 대한 인터넷 공표 범위가 올해부터 대폭 확대됐다.

양현모 서울시 식품안전과장은 이와 관련, “원산지 표시제의 조기 정착을 위해선 단속과 처벌 강화도 중요하지만 음식점을 이용하거나 농수산식품을 구입할 때 반드시 원산지 표시를 확인하는 등 정확히 따져보는 소비생활 습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박은아 기자 sno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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