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과 개혁 약속 이행 안하면 퇴출된다 압박
감축 목표 불가능 전망에 추가 지원방안 논의

유로존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제 2차 구제금융을 지원해주면서 설정한 그리스 재정적자 감축 목표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유로존은 그리스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구제금융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압박하는 한편 물밑으로는 부채감축 목표를 지키도록 추가 지원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유로존 정상들이 2차 그리스 구제 프로그램에 합의할 당시 EU,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등 이른바 `트로이카'는 `당근과 채찍'을 통해 위기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당시 계산은 트로이카가 그리스에 1천300억 유로의 2차 구제금융 자금을 제공하고 민간채권단이 1천억 유로 규모의 채무를 국채교환 방식 등으로 탕감해주는 대신 그리스가 민영화와 강력한 긴축 정책을 실시하면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160%인 정부부채 규모를 2020년엔 120%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지난해 10월 예상했다.

GDP의 120% 자체가 여전히 매우 높은 것이지만 트로이카는 그리스가 빚을 갚으면서 경제를 회복시켜 나라를 `지속 가능하게 운영할 수 있는 한계선'으로 이를 설정했다.

그러나 14일 유럽연합(EU) 관리들에 따르면, 트로이카 실무진은 최근 제2차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집행되고 그리스가 그 대가로 약속한 긴축과 개혁 조치들을 이행해도 재정적자 감축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보고서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상황을 감안해 다시 계산한 결과 GDP의 136%로 낮아지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는 것이다.

이 전망은 유로존 회원국 정부에 이미 배포됐으며 지난 13일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이 자국 일부 의원들에게 설명하는 과정에 언론에 알려졌다.

목표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장 큰 이유는 경기가 되살아나지 않고 오히려 침체가 깊어지기 때문이다.

그리스 통계청은 14일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전년동기 대비 마이너스 7%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한 해 전체 성장률은 마이너스 6.8%를 기록하며 5년 연속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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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그리스 정부는 작년 성장률을 마이너스 5.5%, 올해는 마이너스 2.8%로 예상했다.

또 올해 예산안을 마련하면서 예측한 지난해 성장율은 마이너스 6%였다.

경기가 더 나빠진 주 원인은 유럽 전체 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대폭적인 임금 삭감과 세금 인상, 높은 실업률로 내수가 더 침체되는 악순환 속에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가혹할 정도의 긴축과 공기업 등 국유재산 매각 프로그램에 치우친 소위 `IMF 방식의 금융자본주의적 해결책'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이 더 거세지고 있다.

이런 논란과는 별개로 그리스가 트로이카의 주문을 충실히 따라도 부채 감축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은 그리스와 유로존 모두에 당혹스러운 일이다.

이는 그리스 경제를 살리지 못하면서 채무는 줄어들지 않고 상환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은 당장 민간채권단을 주춤거리게 하고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할 수 있다.

이를 감안, 프랑스 등 일부 국가들은 그리스에 300억 유로의 규모의 추가 지원을 제안했다고 EU 관리들은 전했다.

이 관리들은 그러나 추가 지원 방안이 유로그룹 회의에서 합의될 전망은 현재로선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또 ECB가 그리스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다시 높아졌다.

지원 방안 중 하나로 ECB 역시 민간채권단처럼 그리스 국채의 일부를 탕감해주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에 대해 ECB는 탕감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해 왔으나 최근 들어선 그리스 국채 매입으로 얻은 이익분은 내놓을 수 있다는 쪽으로 기류가 변했다.

특히 베느와 쾨르 이사는 14일 "ECB는 어떤 것이든 수익이 있을 경우엔 회원국 정부에 되돌려 준다"면서 "이를 그리스 국채 안정을 위해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물밑 흐름과 달리 이날 유로존 국가들은 그리스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2차 구제금융을 받지 못하고 유로존에서 퇴출될 것이라며 그리스 정치권과 시민들을 압박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리스가 해야 할 숙제가 남아 있지만 어떤 식으로든 구제금융이 제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쇼이블레 장관은 그러나 만약 그리스가 디폴트에 빠지고 유로존에서 나가더라도 그에 대비해왔기 때문에 그 타격은 과거보다 훨씬 작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뤽 프리덴 룩셈부르크 재무장관은 "아직도 모든 회원국이 유로존에 남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리스가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유로존은 그리스를 제외하고 16개국끼리만 갈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브뤼셀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