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코스피지수는 추가적인 상승 모멘텀(동력)을 찾지 못해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 코스피지수는 외국인과 프로그램 매수세 덕에 반등해 2000선을 되찾았다. 그리스 의회가 12일(현지시간) 트로이카(유럽연합·유럽중앙은행·국제통화기금)가 2차 구제금융 조건으로 제시한 재정긴축안을 승인했다는 소식이 호재로 작용했다. 코스피지수는 장중 한 때 기관과 개인의 차익 매물에 밀려 등락하기도 했지만 외국인과 프로그램 매수세 유입 등에 힘입어 상승으로 방향을 틀고 2010선을 회복하기도 했다.

13일 미국 뉴욕증시도 그리스 의회의 재정긴축안 승인에 소폭 상승 마감했다. 애플 실적 기대감에 기술주들이 강세를 보였다. 다음달 초 아이패드3 출시를 앞둔 애플은 이날 급등해 사상 처음으로 주가가 500달러를 돌파했다.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구글의 모토로라모빌리티 인수를 공식 승인했고,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스페인의 금융기관 15곳의 신용등급을 무더기로 강등했다.

증시전문가들은 그리스발 호재가 전날 시장에 이미 반영된 반면 추가적인 모멘텀이 뚜렷하게 부각되지 못해 증시가 순환매 장세를 지속하며 상승 탄력이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에 대한 그리스 문제의 영향력은 점점 작아지고 있지만 그리스 문제가 아직 해결된 것은 아니라서 증시가 상단을 뚫기 어렵다고 보는 시각도 만만찮다"라며 "시장이 기간 조정 형태로 지루한 구간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리세션(경기 후퇴) 우려도 많이 사그러들었지만 양적완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 역시 줄었다"라고 지적했다.

서 연구원은 "이달 말에는 유럽중앙은행(ECB)의 2차 3년 만기대출(LTRO)이 시행될 예정이라 유동성 장세는 유지되겠지만 시장에 LTRO에 대한 기대감이 이미 반영돼 상승 탄력은 점차 둔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도 유럽 사태가 또다시 한 고비를 넘기게 됐지만 추가적인 호재가 뚜렷하게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주말에 발표된 미국 무역수지, 소비심리지수 등은 예상치를 밑돌았고 중국의 수출증가율도 26개월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했다"라며 "G2(미국·중국) 경제지표들이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증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이 다소 늦게 개선될 경우 이를 확인하고자 하는 심리가 짙어져 추가 상승 탄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라며 "지수의 탄력적인 상승보다는 밸류에이션 및 가격 매력도에 초점을 둔 종목별 순환매장세가 좀 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단기적으로 전체 시장이나 대형주 대비 가격이 낮고 실적모멘텀이 개선되고 있는 중형주에 대한 관심을 둘 것을 권했다. 최근 대형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올라 코스피지수 대비 중형주의 가격 갭이 2000년 이후 평균의 -2표준편차 수준까지 벌어졌다는 설명이다.

이 연구원은 다만 "중형주는 대형주에 비해 수급 여건이 취약해 주가변동성이 클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정인지 기자 inj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