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들이 펀드 포트폴리오에 변화를 주고 있다. 중소형 가치주에 강점을 가진 운용사들이 종목 발굴에 특히 적극적이다. 많이 오른 경기민감주 대신 성장 여력이 높은 엔터테인먼트와 게임, 내수소비재 업종에서 기회를 찾는 모습이다. 향후 실적 장세가 펼쳐지면서 이들 중소형주의 펀더멘털 매력이 부각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삼성자산운용, YG엔터 이어 에스엠 샀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은 지난달 30일 에스엠 지분을 5.01% 신규 취득했다. 지난해 말 YG엔터테인먼트(6.08%)를 새로 펀드에 편입한 이후 엔터주에 대한 식욕을 다시 드러낸 것이다. 지난달에는 게임회사인 JCE 지분을 9.96%에서 10.45%로 늘렸다.

민수아 삼성자산운용 가치주식운용본부장은 “경기민감주의 상승세가 크지만 이는 유럽 재정위기 안도감에 따라 그동안의 낙폭을 만회하는 현상”이라며 “장기적으로 결국 기업의 펀더멘털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운용사 요즘 '연애상대'는 ET·소비재株
KB자산운용은 올 들어 신세계푸드(5.55%)를 신규 취득하고 크라운제과(7.36%) 위메이드(9.42%) 제닉(6.20%) 신원(6.72%)의 지분을 확대했다. 제닉은 ‘하유미팩’으로 유명한 화장품회사이고 신원은 베스띠벨리 지이크 등의 브랜드를 가진 의류회사다.

최웅필 KB자산운용 주식운용2팀장은 “연초 대형주 위주로 주가가 올랐지만 이 상황이 계속되기는 힘들다”며 “KB밸류포커스 펀드는 정보기술(IT)과 IT부품의 비중이 가장 많지만 그 다음으로는 음식료 등 내수주와 콘텐츠 및 게임주를 많이 들고 있다”고 말했다.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자산운용은 최근 삼양홀딩스 지분을 5.08%에서 6.95%로 늘렸다.

◆중소형 IT주 비중은 줄여

반면 중소형 IT주의 비중은 다소 줄이는 모습이다. KB자산운용은 DMS의 지분을 8.55%에서 6.32%로, 일진디스플레이는 5.47%에서 4.3%로 줄였다. 한국투신운용도 아이씨디와 인탑스의 지분을 소폭 조정했다.
문현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IT 중소형주들도 주가가 최근 많이 오르면서 기관들의 관심이 떨어진 편”이라며 “실적이 워낙 좋게 나오다 보니 단가 인하 압력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신 경기 영향과 상관없이 해외 매출 증가가 예상되는 엔터테인먼트와 업황 사이클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는 화학 철강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가치주 펀드 수익률 부진

중소형주 및 가치주 펀드의 올해 수익률은 부진한 편이다. 9일 기준 코스피지수는 연초 이후 10.4% 뛰었지만 중소형주 펀드는 4.1% 오르는 데 그쳤다. ‘삼성 중소형FOCUS 1A’가 4.0%로 중소형주 펀드 중 가장 선방했고 ‘하이 중소형주플러스 1 A’는 3.8%, ‘알리안츠 Best중소형 C/C 2’ 3.4%, ‘미래에셋 3억만들기중소형주 1 C5’는 3.1%였다.

가치주펀드도 8%대 수익률로 시장수익률을 따라가지 못했다. ‘신한BNPP Tops 밸류 1 A’가 8.8%, ‘동부 진주찾기 1 C-I’는 8.6%였다. ‘한국밸류 10년투자 1 C’는 1.6%에 불과했다. 최운선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수가 부담을 느낄 수준까지 오르면 중소형주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띨 수 있다” 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