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장기 이식
‘평균수명 100세 시대’가 멀지 않은 미래로 다가오면서 장기이식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문제가 생긴 장기를 줄기세포로 배양한 새로운 장기로 대체하는 일도 곧 현실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장기이식 기술은 거의 혁명적일 정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정작 장기이식이 생명연장술로 자리잡은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물론 장기이식을 시도한 역사는 꽤 오래됐다. 믿기는 어렵지만 중국 전국시대 전설적인 명의였던 편작(扁鵲)이 심장이식 수술을 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3세기께 로마에서는 죽은 사람의 다리를 괴저병에 걸린 사람에게 이식했다고도 한다. 공식 기록상 사람의 몸에서 장기를 적출해 환자에 이식한 최초의 의사는 1930년대 우크라이나의 유유 보로노이였다. 그의 시도는 그러나 실패로 돌아갔다. 거부반응 때문이었다. 장기이식 성공률이 높아진 것은 거부반응을 줄이는 면역억제제가 개발되기 시작한 1970년대부터였다. 무엇보다 시클로스포린(cyclosporine)이라는 면역억제제는 장기이식을 의학적 실험의 영역에서 본격적인 생명연장술로 끌어올렸다. 1960년대 말 장기이식자의 80% 이상이 수술 후 6개월 내에 사망했지만 1980년대 중반에는 심장이식 환자의 3분의 2 이상이 5년 이상 생존하게 됐다.

장기이식에는 여러가지 생명 윤리적 이슈도 따라 다닌다. 기증자가 사망한 경우 사망시점의 정의, 장기적출 시점과 방법, 장기 제공에 대한 보상 여부 등 복잡한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심지어 심장 이식의 경우 기증자의 성격이나 입맛 등이 이식 받은 사람에게 옮겨져 나타나는 사례도 종종 있다고 한다. 실제 편작이 신념은 강하지만 의지는 약한 사람과 신념은 약한데 의지는 강한 두사람의 심장을 교차 이식했다고 전해지는 걸 보면 심장 이식으로 성격도 바뀐다는 얘기가 완전히 꾸며낸 말은 아닌 듯 싶기도 하다.

섬유근종이 온몸에 퍼져 시한부 삶을 살던 한 미국 어린이가 한국계 의사의 장기이식을 받고 새 삶을 찾았다는 소식이다. 엘레나 시브널 양(9세)은 지난해 10월 보스턴 아동병원 소아이식센터장인 김홍배 박사로부터 세계 처음으로 식도 위 간 췌장 비장 소장 등 6개 기관을 동시에 이식하는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3개월이 지난 최근 엘레나는 병원 문을 나서게 됐다고 한다. 첨단 의술로 다시 세상과 마주하게 된 소녀가 100세까지 장수하기를 기원한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