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취재여록] 서울시장의 '트위터 행정'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
    [취재여록] 서울시장의 '트위터 행정'
    “생전 하지도 않던 트위터를 요새는 매일 체크하고 있습니다. 시장님 트위터에서 또 무슨 내용이 나올지 모르니까요.”(서울시 관계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해 10월 취임한 이후 서울시 직원들에겐 한 가지 ‘업무’가 새로 추가됐다. 수시로 박 시장의 트위터에 올라온 글들을 꼼꼼히 체크하는 일이다. 트위터를 활발하게 이용하는 박 시장이 시정에도 트위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어서다. 시민들이 트위터상에서 시정 관련 질문이나 건의를 하면 박 시장은 대개 “해당 부서에 지시하겠습니다” “해당 부서는 파악해 보세요” 등의 답변을 단다. 시 공무원들에겐 일상적인 업무지시 외에 ‘박 시장 트위터’라는 또 다른 업무지시 채널이 추가된 셈이다.

    시 공무원들 사이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한 간부는 기자와 만났을 때 “서울시가 무슨 구멍가게도 아니고, 업무는 공식적인 채널을 거치면서 진행돼야 하는데도 트위터 글을 보고 업무를 파악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9일 불거진 ‘전두환 전 대통령 경호사저 폐쇄 추진’ 논란도 트위터에서 시작됐다. 한 시민이 이날 트위터에 “연희동 전두환 사저를 지키는 전경들의 초소와 경호동을 폐쇄해 주실 수 없나요”라는 질문을 남기자 박 시장은 “이미 확인해보라 했습니다”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기자가 확인해본 결과 해당 부서에선 이 같은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박 시장이 ‘정무라인’에만 지시를 내린 탓이다. 박 시장의 트위터 내용이 알려진 뒤에야 “시 차원에서 검토할 사항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 보라는 취지의 답변”이라는 내용의 긴급 해명자료가 나온 사연이기도 하다. 결정되지도 않은 사안인데도 박 시장이 트위터상에서 남긴 말 한 마디 때문에 시 공무원들이 뒷수습에 나선 것이다.

    박 시장의 이 같은 트위터 행정이 긍정적인 측면은 있다. 시민들과 ‘소통’이 중요하다는 박 시장의 말도 맞다. 하지만 시의 정책은 사전에 충분한 협의와 검토를 거친 뒤 사안을 정리해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장의 트위터 글 때문에 실무 부서가 전후사정도 잘 모른 채 뒷수습을 하는 모양새는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시정에 트위터를 적극 활용한다는 박 시장의 행보가 불안한 이유다.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

    ADVERTISEMENT

    1. 1

      [기고] 피지컬 AI, 대한민국 AI 전략의 돌파구

      피지컬 인공지능(AI)은 실제 공간에서 감지하고 움직이고 조작하며 상황에 맞게 스스로 행동을 바꾸는 ‘움직이는 인공지능’이다. 디지털 세계에 머무는 지능이 아니라 센서·로봇&midd...

    2. 2

      [한경에세이] 작은 손길 모여 더 따뜻한 도시

      자원봉사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은 내 아내다. 아내는 대학 시절 캠퍼스 커플로 만난 뒤 지금까지 큰소리 한 번 내지 않은 조용한 성격이다. 하지만 동네 어르신 도시락을 나르고 말벗 봉사를 하며 도서관 명...

    3. 3

      [백광엽 칼럼] 기업 유보금 80조 '증시 살포 유도법'

      승자 독식의 인공지능(AI)·반도체 패권 전쟁은 ‘쩐의 전쟁’으로 감각된다. 투자 단위 자체가 다르다. 수십조, 수백조는 기본이고 수천조원 베팅까지 거론된다. 맨 앞줄에 미국이 달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