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에 '러브 스토리' 담으려 수천번 테스트
프랑스 럭셔리 시계·주얼리 브랜드인 반클리프아펠은 4cm도 안 되는 시계 다이얼(시계판)에 아기자기한 러브스토리를 담아내는 워치메이커로 유명하다. 매년 1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국제시계박람회(SIHH)에서 어떤 시계를 내놓을지 시계 전문가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두 보석 가문의 자제였던 알프레드 반클리프와 에스텔 아펠의 러브스토리를 기반으로 1906년에 설립된 반클리프아펠. 올해는 작년에 내놓았던 ‘퐁 데 자모르’(하루에 두 번 만나 1분간 키스를 나누는 스토리를 담은 시계)와 연결되는 러브스토리를 2개의 시계 다이얼로 표현했다. 센강에서 연을 날리는 여성(레이디 아펠 포에틱 위시)과 꽃을 들고 에펠탑에서 여성을 기다리는 남성(미드나잇 포에틱 위시) 이야기를 담았다.

올해 신제품의 핵심은 미닛 리피터(특정 시간이 될 때마다 소리로 시간을 알려주는 장치)다. 제네바에서 만난 장 마르크 비더레흐트 시계 컨셉터는 “사랑하는 연인의 러브스토리를 가장 아름다운 소리로 표현해내기 위해 파이브 미닛 리피터를 장착했다”며 “5분마다 그리고 1시간마다 부드럽고 깊이 있는 ‘댕댕 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이 소리를 내는 부품(공·gong)은 비더레흐트 워크숍(공방)만의 특수 합금 비율로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계에 '러브 스토리' 담으려 수천번 테스트
올해 선보인 2개 제품의 케이스백(시계 뒷면)을 투명한 크리스털 소재로 만든 것도 비더레흐트 공방의 나선형 공을 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이 공을 만든 이 회사의 장인은 “컴퓨터로 정확한 각도와 길이를 계산한 뒤 수작업을 통해 만들었고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는지 수천번 테스트를 거듭해 성공하는 데 수개월이 걸렸다”며 “이 합금 비율은 나한테도 알려주지 않는 우리 공방의 ‘톱 시크릿’”이라고 말했다.

에나멜링·금속 세공 전문가인 올리비에 부셰의 공방에선 장인들의 세밀한 작업이 한창이었다. 직경 1~2mm의 작은 공간에 에나멜로 칠하기 위해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서 가느다란 붓을 조심스레 움직이고 있었다. 장인들 옆에는 50여종이 넘는 에나멜 가루가 담긴 통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다이얼의 밑그림이 되는 기초 드로잉과 각종 원석들이 넘쳐났다.

이 에나멜링 기법은 ‘레이디 아펠 포에틱 위시’의 센강, ‘미드나잇 포에틱 위시’의 깊이감 있는 밤하늘 등을 표현한 핵심 기술이다. 작년의 ‘퐁 데 자모르’에서 이어지는 2개의 스토리를 에나멜링과 진주조개(마더 오브 펄) 세공 등으로 세밀하게 그려낸 것이다.

그의 공방에서 만난 올리비에 부셰는 “반클리프아펠의 아름다운 스토리를 최상의 색감, 디자인으로 표현해내기 위해 전 세계 300m 깊이의 바닷속에서 채취한 값비싼 조개껍질을 일일이 검품한 뒤 구입한다”며 “1mm도 안 되는 작은 조각의 디자인까지도 섬세하게 깎아 만들어야 작품을 접하는 사람들이 이야기 속에 푹 빠져들 수 있다”고 말했다.

제네바=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