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웨스트엔드와 함께 세계 뮤지컬의 양대축으로 불리는 뉴욕 브로드웨이. 숫자로만 보면 브로드웨이는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관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뮤지컬산업 협회인 브로드웨이리그에 따르면 2010년 브로드웨이의 입장료 판매수익은 10억3700만달러였다. 2008년 9억8600만달러, 2009년 10억400만달러 등으로 빠르지는 않지만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겉으로 드러난 모습일 뿐이다. 지난해 브로드웨이를 찾은 관객 중 62%는 관광객들이다. 이들은 짧은 뉴욕 체류기간 중 ‘라이온킹’ ‘위키드’ ‘오페라의 유령’ 등 장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유명 뮤지컬을 주로 관람한다.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뮤지컬에 도전하는 사람은 드물다. 500석 이상 규모를 갖춘 17개 극장 중 이런 흥행작품을 장기 공연하는 곳은 절반도 안된다. 대부분의 극장은 뉴욕 현지 관객들에 의존해야 하지만 까다로운 뉴요커들의 눈길을 끄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특히 요즘같이 경기 침체기에는 더욱 그렇다.

이 영향으로 브로드웨이에서 새로운 작품은 찾아보기 힘들다. 인기를 끄는 작품들은 대부분 10년 이상 된 장기 공연물이다. 뮤지컬 업계 관계자는 “금융위기 이후로는 이렇다 할 창작 뮤지컬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오페라의 유령’ ‘맘마미아’ ‘빌리엘리어트’ 등 인기 작품은 대부분 웨스트엔드에서 로열티를 주고 사온 것들이다. 지난해 3월 시작한 ‘북오브모르몬(The Book of Mormon)’ 정도가 브로드웨이의 체면을 살린 신작으로 꼽힌다.

브로드웨이 관계자는 “앤드루 로이드 웨버로 대표되는 웨스트엔드가 음악 중심의 뮤지컬이라면 브로드웨이는 안무 중심으로 발전하다 보니 어느 순간 소재가 고갈됐다”면서 “요즘 브로드웨이 사람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창작물을 내놓는 웨스트엔드에 콤플렉스를 느끼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시장이 좋지 않을 때는 위험을 감수하려는 사람들도 줄어든다. 브로드웨이는 ‘스타 캐스팅’과 ‘리바이벌’을 통해 안전한 장사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영화 해리포터의 주인공 대니얼 래드클리프가 출연한 ‘노력하지 않고 사업에 성공하는 법(How To Succeed in Business Without Really Trying)’이 대표적 사례다. 휴 잭맨(휴 잭맨, 브로드웨이에 돌아오다), 주드 로(햄릿), 알 파치노(베니스의 상인) 등 할리우드 스타들을 내세워 쉽게 표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