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 빌 게이츠가 부인 멜린다와 함께 설립한 빌&멜린다 자선재단은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 등 3대 질병 퇴치를 위한 민간단체 글로벌 펀드에 7억5천만 달러(약 8천430억 원)를 지원키로 했다고 밝혔다.

빌 게이츠는 26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례회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금은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지만, 이것이 세계 최빈국들에 대한 원조를 삭감하는 핑계가 돼선 안된다"고 말했다.

게이츠는 "글로벌펀드는 질병으로 목숨을 잃어가는 사람들을 구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 중 하나"라며 "1년에 300달러만 있으면 에이즈에 걸린 환자 한 명을 살려낼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게이츠 재단은 글로벌펀드에 7억5천만 달러의 약속어음을 제공할 방침이다.

재임 중 글로벌펀드 등에 대한 기금 지원에 앞장서왔던 간 나오토(菅直人) 전 일본 총리는 이날 회견에서 "일본은 지난해 3월 대지진과 쓰나미로 큰 타격을 받았고 재건 작업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나라들을 돕겠다는 결의는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회견에서는 최근 출범 10년째인 글로벌펀드의 에이즈 퇴치 기금 집행 과정에서 대규모 비리가 불거지는 등 의혹이 잇따르고 있는 데 대한 지적과 개혁 필요성도 제기됐다.

사이먼 블랜드 글로벌펀드 이사장은 "조직을 정비하고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간 나오토 전 총리도 "개도국 원조에서 부패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현실이며, 더욱 밀접한 감독이 필요하다"며 "글로벌펀드가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줘야 일본의 납세자들도 납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2년 출범한 글로벌펀드는 에이즈 등 3대 질병 근절을 위해 150개 국에서 치료 및 예방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항바이러스제와 모기장 보급 등의 활동을 통해 매달 10만 명의 목숨을 구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다보스<스위스>연합뉴스) 맹찬형 특파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