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9조' 삼성SDS 연내 상장 추진
삼성그룹이 시스템통합(SI) 주력 계열사인 삼성SDS를 연내 상장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그룹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개편하고 장기적으론 3세 경영 승계를 위한 정지작업 차원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최근 대기업에 대한 좋지 않은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점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상장 때 시가총액 9조원 웃돌 듯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은 지난해 말 삼성SDS 상장을 위한 최종 검토를 마치고 상장 작업에 착수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에 정통한 관계자는 “그룹 미래전략실이 작년 말 삼성SDS 상장에 관한 법률 검토를 거쳐 내부 보고서 작성을 마쳤다”며 “여러 상황을 감안하되 가능한 한 올해 안에 상장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삼성SDS는 이르면 상반기 중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고 하반기 기업공개(IPO)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S(액면가 500원)의 이날 장외 거래가격은 12만5500원(장외 주식중개업체 피스탁 기준)이다. 발행주식 수는 7225만6772주로 신주를 제외하더라도 기업 가치가 9조682억원에 달한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순위 27위인 현대제철(9조3419억원) 다음이다.

삼성SDS의 1대주주는 삼성전자로 21.67%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이부진 호텔신라·에버랜드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제일기획 부사장 등 이 회장 일가 지분율도 17.18%에 이른다. 34.42%는 소액주주가 갖고 있다. 이 회장 일가가 공동으로 지분을 갖고 있는 삼성 계열사는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뿐이다.

상장 통해 투명성 확보

삼성그룹이 삼성SDS 상장을 추진키로 한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우선은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이다. 삼성그룹은 2010년 삼성생명 IPO로 채권단의 삼성차 부채 문제를 해결했다. 지난해엔 삼성카드가 보유한 에버랜드 지분을 매각, 순환출자 고리를 끊었다. 이재용 사장 등이 1999년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주당 7150원에 취득한 것과 관련한 ‘헐값 인수’ 논란 소송도 마무리지었다. 그룹의 주력계열사인 삼성SDS를 상장시킬 경우 투명성 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장기적으론 이재용 사장 등 3세 경영 승계를 위한 포석도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회장의 삼성SDS 보유지분은 0.01%에 불과하다. 반면 이재용 사장은 8.81%,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부사장은 각각 4.18%씩 보유하고 있다. 삼성SDS의 이날 장외거래가격을 기준으로 할 때 이재용 사장의 지분 가치는 7987억원,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부사장의 지분 가치는 각각 3789억원에 이른다. 상장할 경우 지분을 언제든지 현금화할 수 있어 계열분리를 위한 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

◆상황 봐가며 상장시기 결정할 듯

문제는 최근 분위기다. 정치권은 물론 정부까지 나서 대기업의 사업확장에 제동을 걸고 있다. 삼성 및 LG그룹과 관련된 회사가 빵집 등 서민과 관련된 업종에서 철수키로 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논란이 될 수 있는 삼성SDS의 상장을 당장 추진하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삼성SDS는 당장 투자자금이 필요하지도 않다”며 “당분간 삼성SDS의 상장은 없을 것”이라고 부인했다.

증권업계에서도 최근 분위기를 감안하면 상장시기가 다소 늦춰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올해는 총선과 대선이 이어져 여러 변수가 돌출할 것”이라며 “삼성에서도 삼성SDS의 상장 시기를 신중하게 저울질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진형/좌동욱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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