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공약집을 만들어 161개 정회원사에 발송하고 각 사의 대표들을 일일이 만났습니다. 업계 목소리를 듣기 위해 발로 뛰면서 최선의 노력을 다했습니다.” 한 금융투자협회장 입후보자는 26일 투표 직전 이렇게 털어놨다.

이번 차기 금융투자협회장 선거는 별다른 잡음없이 진행됐다. 특정 후보에 대한 내정설이나 정부관료 출신의 낙하산 논란도 없었다. 여느 금융업협회장 선거와 달리 막판까지 판세를 점칠 수 없었다.

금융업 협회장들의 선출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다. 후보추천위원회에서 최종 후보를 결정하면 회원사들이 총회에서 회장을 선출하는 구조다. 겉으로는 정부 입김이 작용하지 않는 듯하다. 하지만 정부 의중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청와대에서 아무개를 최종 낙점했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주로 고위 경제관료를 지냈거나 정부와 친분이 두터운 사람이 금융업 협회장을 맡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박병원 은행연합회장(전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 김규복 생명보험협회장(전 재정경제부 기획관리실장), 문재우 손해보험협회장(전 금융감독위원회 상임위원), 이두형 여신금융협회장(전 금융감독위원회 기획행정실장), 주용식 저축은행중앙회장(전 기획재정부 대외경제국장) 등 대부분 금융업협회장이 관료 출신이다.

금투협 노조가 ‘관의 힘’ 작용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긴 했지만 이번 금투협회장 선거는 상대적으로 ‘선거’의 모습을 띠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정부 차원에서 비공식적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공정 경쟁을 주문했다. 최종 3인에 오른 후보자들은 표심 잡기에만 집중했다. ‘상근 부회장직 신설’부터 ‘자본시장 외연 확대’까지 다양한 공약도 쏟아졌다.

금투협 선거가 낙하산 논란 없이 치러진 데는 금융투자업의 특수성이 반영된 측면도 있다. 정회원사만 161개에 달해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기 어렵다. 몇몇 대형사만 결집하면 업계 의견이 모아지는 다른 금융업권과는 다르다.

금융업 협회장은 회원사 이익을 대변하는 수장이다. 공정한 경쟁을 통해 회원사들의 뜻을 모아 선출돼야 하는 자리다. 8년 만에 새로운 수장을 맞이하게 됐다는 점 외에 이번 금투협회장 선거가 다른 금융업계에도 의미 있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김은정 증권부 기자 kej@hankyung.com